EBS 당신의 문해력 (+ 유아 그림책 추천)
얼마전에 문해력 논란과 관련된 포스팅을 했는데, 우연히 회사 도서관에서 “EBS 당신의 문해력”이라는 책을 보게 되어 빌려 읽었다.
문해력이란
문해력이란 글을 읽고 그 뜻을 이해하는 능력으로, 문해력은 가장 기본적인 학습 도구이자 다른 능력들을 작동시키는 핵심역량이다. EBS 당신의 문해력 책은 “지금 당신이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자산, 부모라면 사랑하는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문해력이다.”라고 말한다.
문해력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책은 문해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개발되는 것이라고 한다. 말하고 듣는 능력은 대부분의 인간이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지만, 글을 읽고 뜻을 이해하는 행위 자체는 인간이 필요에 의해 개발한 것이고 후천적으로 개발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홍수 속 문해력의 중요성
책 22쪽.
“우리는 온갖 정보와 데이터가 해일처럼 밀려드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정보와 데이터를 읽고 해석해서 활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 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금융 문해력,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를 구별하는 미디어 문해력, 의학 정보와 처방전을 이해하는 건강 정보 문해력 등 우리 삶에서 필요한 문해력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문해력은 공부의 기초체력
문해력은 공부의 기초체력이다. 문해력이 좋다면 언제라도 하고 싶은 공부가 생겼을 때 큰 고통 없이 공부를 해나갈 수 있다. 선행학습과 사교육으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좋은 성적을 유지하던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 성적이 떨어지는 주된 원인을 이 책은 문해력에서 찾는다.
책 25쪽.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아이들 성적이 떨어지면 학원부터 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학습 격차의 주요 원인이 문해력 격차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학원에 보내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문해력 수준을 파악한 뒤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어떤 운동이든 기량을 갖추려면 먼저 단련해야 할 근육이 있는 것처럼 공부를 잘하려면 문해력이라는 근력부터 키워야 한다."
청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엄훈 교수는 초기 문해력 교육의 현황과 과제에 대해 논하면서, 우리나라 공교육이 기초 문해력이 부족하여 학습 부진아로 전락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교육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해력 부족으로 인한 학습 부진은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하는 것을 방해하고, 이는 아이들의 장래 학습 및 성격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책 44쪽.
“부모의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아동이나 부모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초기 문해력 학습에 성공하지 못하는 20~30퍼센트의 아이들은 공교육에서 필요한 교육적 지원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입학하자마자부터 학습 부진아로 전락하게 된다.
이것이 ‘초기 문해력 교육의 빈자리’ 현상이다. 초기 문해력 교육의 빈자리 현상은 한국의 공교육 시스템이 초기 문해력 교육을 책임지지 않고 학부모와 학생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현상이다.”
아이의 문해력을 어떻게 길러줄 수 있을까
문해력은 성인도 훈련을 통해서 얼마든지 기를 수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기초 문해력을 갖춘다면 앞으로 삶에서 필요한 학습의 기초체력을 훨씬 수월하게 기를 수 있다.
책에서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추천한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은 아이와 집중해서 공통 관심사를 갖는 좋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주고받는 어휘의 개수도 많아진다.
또 평소에 엄마아빠나 보호자가 구사하는 어휘나 문장이 의외로 다양하지 않을 수 있는데, 평소 어른들이 하지 않는 말을 책을 통해 배우게 됨으로써 어휘의 습득이 촉진되고, 아이가 자연스럽게 더 다양한 문장을 잘 구사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초기 문해력의 발전으로 연결이 된다.
아이에게 책을 어떻게 읽어줘야 할까?
아이에게 문해력이라는 선물을 주고 싶은 부모에게 이 책은 친절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실제로 실천하고 싶은 사람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책 104쪽.
“아이가 책에 흥미를 전혀 보이지 않을 때는 잠시 읽기를 멈추고 먼저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아직 보거나 들을 준비가 안 되었는데 일방적으로 책을 읽어주는 것은 아이나 부모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된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책 표지로 호기심을 자극하면 아이가 흥미를 보일 수 있다. 표지는 그림책의 얼굴이다. 표지에 등장하는 그림에는 책 내용을 추측할 수 있는 장치들이 있다. 아이에게 그림을 보면서 책 내용을 상상해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 책 제목을 가린 채 표지에 등장하는 그림만 보고 제목을 맞혀보게 하는 놀이도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이때 제목을 정확하게 맞히는 걸 목표로 삼으면 안 된다. 그림을 보고 아이가 유추하고 상상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책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책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목표인 활동이므로 이 과정을 즐기면 된다.“
책과 친해지는 환경 만들기
책을 읽어주는 방법만큼 책과 친해지게 하는 환경도 중요하다. 부모의 욕심과 불안함에 구입한 전집세트를 생각해보자. 그렇게 가지런히 정리된 똑같은 사이즈와 비슷한 디자인의 수십권의 책은 어른도 못 읽는다.
책 읽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어떤 아이가 그런 전집을 즐겨 읽는 비현실적인 장면에 매료되어 비싼 돈을 들여 전집을 덜컥 사지는 말자. (결국 인테리어용 책이 되거나, 당근마켓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
EBS 당신의 문해력 책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한 집에는 책을 책장에 가지런히 꽂아놓았고, 다른 한 집에는 거실 여기저기에 책이 놓여 있다. 과연 어느 쪽이 책 읽는 아이들에게 더 좋은 환경일까?
최나야 교수는 후자의 집을 선택하면서 그 이유로 “어른들이 보기엔 깔끔하게 정리된 게 좋아 보이지만, 책이 여기저기 널려 있을수록 아이들이 책에 관심을 가질 기회가 늘어난다. 그래서 책 읽는 공간만이 아니라 거실이나 침대 옆 어디든 책 바구니를 두고 책 표지가 보이도록 놓으면 좋다”라고 설명했다.
그림책 읽어주며 말놀이하기
EBS <당신의 문해력> 제작팀이 ‘소리 내어 읽어주기’ 프로젝트에서 활용한 14권의 그림책과 각각의 그림책을 읽어주며 말놀이를 할 때 아이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면 좋은지에 대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아동언어 인지연구실에서 14권의 그림책을 선정하고 말놀이 방법을 연구, 제안해주었다. 자세한 내용은 EBS 홈페이지 당신의 문해력 유아 자료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유아 그림책 추천 (EBS 당신의 문해력 제작팀)
고구마구마
빵이 되고 싶은 토끼
말놀이 동시집
가나다는 맛있다
들어 봐! 들리니?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엉덩이 학교
엄마가 너에 대해 책을 쓴다면
큰일 났다
딩동 거미
간장 공장 공장장
훨훨 간다
곰 사냥을 떠나자
하회탈 쓰고 덩실
단순히 책 추천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책을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식으로 읽어주면 좋을지 활용방법까지 소개하고 있다. 양육자가 실행하기 쉽게끔 구체적인 방법을 제공한다.
문해력 격차는 학습 격차로 이어진다
책 142쪽.
“보통 문해력은 국어 과목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모든 과목에 영향을 미친다 교과서는 글로 이루어져 있고, 그 글을 이해해야 교과서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기본 학습 도구인 문해력이 부족하면 교과서를 읽어도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 결국 학습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수리력은 좋은데 문해력이 없다면, 5 더하기 5가 10인 것은 알지만 이 문제가 5 더하기 5를 해서 풀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 이렇게 되면 학습 부진도 문제이지만 정서적 어려움도 큰 문제가 된다. 자신이 뒤처진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상처를 받고 주눅이 드는 것이다. 결국 자존감 형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스마트기기 노출과 문해력
아이에게 스마트기기를 얼마나 노출시킬 것인가는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이다. 스마트기기 노출과 문해력 발달의 상관관계만을 살펴보면, 뇌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영유아들의 경우 디지털 기기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두뇌의 균형적인 발전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한다.
영유아기는 창의적인 기능과 더불어 생각, 감정, 행동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전두엽, 청각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측두엽, 시각을 담당하는 후두엽 등이 골고루 발달해야 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디지털 기기에 과다하게 노출되면 뇌가 골고루 발달하지 못하고 디지털 기기를 이용할 때 자극되는 뇌만 발달하게 된다.
또한 디지털 기기의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영상에 노출되면서 주변 사람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완성해가야 할 사회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통제력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자주 하면서 자기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로 성장할 수도 있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만 1세 이하 아이는 스마트폰, 텔레비전, 게임기, 컴퓨터 등과 같은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어서는 안 되며, 만 2~4세 아이는 하루 한시간 미만으로 사용해야 한다”라고 가이드라인을 정한 바 있다.
EBS 당신의 문해력 책은 문해력 발달이 왜 중요한지와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거나, 성인이 자기 자신의 문해력을 키우고 싶을 때에도 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BS 당신의 문해력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문해력 테스트, 문해력 강의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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