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법 : 공부머리 독서법
독서교육가인 최승필 님이 쓴 “공부머리 독서법”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초등 우등생 90%는 왜 몰락하는가?”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언어능력이 성적을 결정한다는 점, 독서가 언어능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이라는 점, 사교육이 아이들을 오히려 망칠 수 있다는 점, 지식은 외우는 것이 아니라 깨닫는 것이라는 점 등을 설명한다.
초등 우등생 90%는 왜 몰락하는가?
지금 초등 우등생인 아이가 중학교에 가서도 성적을 유지할 확률은 매우 낮다. 책에 따르면 초등 우등생의 몰락은 특정 시기가 되면 회귀하는 연어 떼처럼 때가 되면 찾아오는 반복되는 현상이라고 한다.
책은 사교육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지식이나 교과의 내용을 일일이 설명해주는 서비스라는 사교육의 본질적 특성을 생각해보면 사교육에 의존한 아이들의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사교육을 받으면 스스로 읽고 이해할 기회나 필요가 현저히 줄어든다. 읽고 이해하는 공부가 아니라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다.
듣고 이해하는 방식의 공부에는 당연히 한계가 있다. 어린 아이들이 배우는 지식의 체계는 비교적 단순해서 하나하나 설명하는 방식으로 전달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런식의 공부는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글은 정교한 논리적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읽고 이해하는 공부는 필요한 지식을 향해 직선 주로를 달리는 것과 같습니다. 읽고 이해할 능력만 있다면 일직선으로 달려가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사교육의 근본적인 결함은 “읽고 이해하는 경험”을 극단적으로 줄인다는 점이다. 그 결과 아이들은 교과서를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중학생이 되고 이것이 바로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라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김희삼 연구원은 연구 보고서에서 사교육의 효과는 초등 저학년 때 가장 크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줄어들다가 중등 3학년 시기가 되면 사실상 사라진다고 했다.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
진짜 중요한 공부 기초는 지금 당장 아이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이 아니라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이다. 바로 글을 읽고 이해하는 언어능력이다.
“사교육에만 의존하면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공부에 대한 피로감도 느끼지만 실제로는 공부를 별로 하지 않는 이상한 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독서교육의 핵심은 지식이 아닌 재미
독서를 통해 우리는 읽고 이해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아이에게 교과서는 읽기 쉬운 책이 된다. 그런데 독서교육이라고 하면 종종 학부모들이 독서를 통해 “지식을 흡수”하는 것이 독서교육이라고 오해를 하기도 한다.
이 책은 독서교육의 핵심은 지식이 아닌 재미라고 설명한다. 아이가 소설책 같은 이야기책에 빠져있으면 어떤 부모님들은 쓸데없는 데 빠져 시간을 보낸다고 책을 빼앗기도 한다. 공부머리를 키우는 독서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행위 자체”이다.
재미있는 책 고르는 법
이 책은 독서교육을 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있고, 아울러 재미있는 책을 고르는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저자가 운영하는 <공부머리 독서법>이라는 카페에서 저자가 수년간 독서교육에 활용했을 때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아이가 좋아하는 작가를 찾는 방법이다. 또한 어린이,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중에 재미있는 작품을 읽는 것도 좋다고 한다.
독서지도 명심해야 할 7가지
1.재미있는 독서가 좋은 독서다.
2.독서시간을 정해 매일 읽는다.
3.지식도서를 강요하지 않는다.
4.일주일에 한 번은 도서관이나 서점에 간다.
5.스마트폰과 컴퓨터는 늦게 접할수록 좋다.
6.학습만화는 금물이다.
7.천천히, 많이 생각하며 읽을수록 똑똑해진다.
조기 교육은 아이의 뇌를 파괴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잘못된 조기 교육이 아이의 뇌를 파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연구 결과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핀란드와 같은 교육 선진국에서는 조기 문자 교육을 금기시한다.
한국뇌연구원 초대원장인 서유헌 교수는 조기 교육의 위험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유아의 두뇌는 신경 회로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매우 엉성한 상태예요. 엉성한 전기 회로에 과도한 전류를 흐르게 하면 과부하가 걸리듯, 과도한 조기 교육은 과잉학습장애 증후군, 우울증, 애착 장애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서유헌 교수만의 주장이 아니라 세계 뇌 과학계에서 정설로 인정하는,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을 끝낸 주류 이론이다. 뇌과학은 ‘영유아기는 공부를 하는 시기가 아니라고’ 못 박는다.
준비가 안 된 지능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고, 이때 아이의 뇌에서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물질이 나와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인 해마의 성장을 방해한다. 영유아기의 공부가 뇌를 발달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뇌 발달을 가로막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교육 선진국들이 조기 문자 교육을 금지하는 이유이며, 영유아기의 학습을 죄악시 하는 이유이다.
이 책은 유아에게 너무 빨리 글을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하루에 한 번 그림책 읽어주기를 통해 숙련된 독서가로 가는 출발점만 마련해주는 것을 추천한다.
“영유아기에 쌓은 불완전한 지식은 대부분 큰 효용이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다른 아이들보다 나아 보일 수 있지만 긴 호흡으로 보면 헛수고에 불과합니다. 한글을 일찍 배운다고 해서 아이의 언어 능력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 조기 영어 교육을 한다고 해서 아이가 원어민 실력을 갖출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수학을 일찍 배운다고 해서 남들보다 수학을 더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대신 대뇌변연계의 성장이 저해되고 호기심이 사라질 뿐이죠.
영유아기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충분한 놀이입니다. 놀이터에서, 뒷마당에서, 모래밭에서, 계곡에서 아이는 세상을 만납니다. 놀이의 과정에서 아이는 자기 눈높이로 세상을 관찰합니다.”
독서는 '공부'가 아닐 때 공부머리는 자란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은 바로 책에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책의 내용 자체로 아이의 지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생각은 아예 지워버리는 것이 좋다. 그런 목표의식이 끼어들면 독서는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 공부를 닮아가고, 아이는 독서에 흥미를 잃게 된다.
“책이 아이를 우등생으로 만들어주길 바라시나요? 그렇다면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책을 읽게 해주세요. 재미있는 독서만이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지식 자체를 가르치는 사교육은 거의 반드시 한계가 온다고 설명하며, 아이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은 독서에서 나온다고 한다. 나도 평소에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출중하면 언제라도 필요할 때 자기가 필요한 공부를 수월하게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독서를 통해 그런 언어능력을 키울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점은, 사교육이 단순히 아이들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는 것을 방해하고 학습에 있어서 수동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것을 넘어서, 잘못하면 아이들의 뇌를 파괴하고 영구적인 손상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에서 어려서부터 사교육을 시키는데, 이것이 잘못하면 오히려 아이들의 발달에 악영향을 줘서 공부머리 뿐만 아니라 앞으로 원만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뇌기능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이 끔찍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교육과 진짜 공부머리를 키우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서, 아이들이 놀 시간도 없이 공부하는 것에 대한 심각성을 함께 느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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