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 프레드 울만 [책리뷰]
안녕하세요! 이번 포스팅은 오랜만에 책 추천 리뷰입니다.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Reunion – Fred Uhlman)을 읽었는데요. 줄거리보다는 인상 깊었던 점 중심으로 적어보려고 해요. 이 책은 감동과 충격의 결말, 마지막 한 문장의 반전으로도 유명한 책이지요. 하지만 주목받는 결말 외에도 정말 주옥같은 부분들이 많은 책이었어요.
소설을 읽는 이유
이 책이야말로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에 대해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의 화자인 한스의 이웃집에 불이 나서 아이들과 가족들이 모두 불에 타 죽고 말았어요. 이 일은 한스의 마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나는 수천 명을 빨아들인 지진, 마을들을 묻어 버린 불타는 용암의 흐름, 섬들을 삼켜 버린 대양의 파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었다. (...) 수많은 군인들이 베르됭 전투에서 전사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그저 추상적인 이야기 – 숫자, 통계 정보였다. 한 사람이 백만 명을 위해 고통스러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 세 명의 아이들, 내가 알고 있었고 내 눈으로도 보았던 그 아이들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 본문 중에서
우리는 이 책이 주제로 삼고 있는 히틀러와 나치즘의 역사에 대해서 알고는 있습니다. 꼭 히틀러가 아니라도 역사 속에서 수많은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던 것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생각만큼 마음 깊이 느끼지는 못할 때도 많습니다.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에서 한스의 마음에 충격을 준 사건은 수백만명이 죽은 "추상적인" (실은 추상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아니라 그가 얼굴을 알고 있는 세 아이의 "구체적인" 죽음이었습니다.
소설은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을 그 상황에 몰입하게 하고, 어떤 진실을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가능한 "구체적인" 것으로 느끼도록 이끕니다. 소설은 사실은 아니지만, 사실보다 더 많은 진실을 담고 있을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결말 스포 있음]
지금부터는 결말에 대한 내용이 있으니, 원하지 않는 분들은 보지 말아 주세요!
의심하는 법
콘라딘이 한스와의 우정과 수많은 대화를 통해 배운 것은 바로 "의심하는 법"이었습니다. 한스는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아이였고, 콘라딘은 신의 존재를(신 뿐만 아니라 힘 있는 자) 감히 의심하지 않는 아이였습니다.
콘라딘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너무 어리고 경험이 없어서 그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우리보다 훨씬 더 지혜롭고 똑똑한 사람들, 목사들, 주교들, 그리고 성인들이 그런 문제를 논의해 설명을 찾아냈고, 그러니까 우리는 그들의 우월한 지혜를 받아들여 겸손하게 복종해야 한다고요.
신에 대한 의심을 품는 한스에 대하여 콘라딘의 교회 목사는 "그 학생의 미성숙하고 제대로 배우지 못한 마음에서 나온 분출이며 그런 불경스러운 신성모독에는 귀 기울이지 말라"는 말을 합니다. 콘라딘은 이런 목사의 말을 듣고도 자기의 모든 질문에 충분하고도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었다고 생각하지요.
어린 콘라딘은 후에 히틀러를 지지하는 편에 서고 맙니다.
"너는 내가 그 남자를 믿는다고 한다면 충격을 받을 거야. 오로지 그 사람만이 우리의 사랑하는 조국을 물질주의와 볼셰비즘으로부터 구할 수 있고 그를 통해서만 독일은 어리석음으로 인해 잃어버렸던 도덕적 우월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면. 너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나는 독일을 위한 다른 어떤 희망도 찾아볼 수가 없어. 우리의 선택은 스탈린과 히틀러 사이의 선택이고 나는 히틀러를 선택할 거야. 그의 사람됨과 성실함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나를 감동시켰으니까." - 본문 중에서
어린 콘라딘의 모습은 마치 스스로 탐구하고 의심하고 고민해 볼 용기가 없어서, 힘 앞에 복종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소년으로 보입니다.
유대인인 한스는 혼란의 독일을 떠나 미국에 정착하고, 그곳에서 어린 콘라딘과의 우정을 뒤로한 채 수십 년을 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스는 제2차 세계 대전 때 산화한 동창들을 기리는 추모비 건립에 기부를 해달라는 호소문을 받게 되었고, 이 한 문장과 마주치게 되지요.
<폰 호엔펠스, 콘라딘. 히틀러 암살 음모에 연루. 처형>
책은 위 문장을 마지막으로 끝납니다. 콘라딘이 정말 어떻게 죽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한스는 그의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전혀 설명은 해 주지 않습니다.
저는 작가가 마지막 문장에서 의도한 바가 <콘라딘이 성장하면서 "의심하는 법"을 배웠고, 뼈와 살을 도려내는 고통으로 히틀러를 부정하고 그의 반대편에 섰으며, 이로써 그 긴 세월을 넘어 죽어서나마 친구 한스와 "재회"하였다> 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원제 Reunion: 동창회, 재회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의 원제는 Reunion입니다. 이는 동창회, 재회 등의 뜻을 가지고 있지요. 원제가 가지고 있는 중의적인 의미가 이 책의 내용을 더 잘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스는 동창들의 추모비 건립에 기부를 해달라는 호소문을 통해 긴 세월을 넘어 "동창회"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년 시절 깊은 우정을 나누었던 콘라딘과 "재회"합니다. 책을 끝까지 읽고 원제를 곱씹어보니, 정말 제목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인상적이었던 문장
"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첫 문장)
"제발 나를 하느님이 만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해 만들어진 대로 받아들여줘. 나는 이 모든 걸 너한테 숨기려고 했지만 너를 오랫동안 속일 수는 없다는 걸 알았어야 했고 이 일에 대해서 너한테 미리 얘기할 용기를 냈어야 했어. 하지만 나는 겁쟁이야. 그래서 단지 네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없었던 거고. 하지만 그게 온전히 다 내 탓만은 아니야. 너는 누구에게나 네 이상적인 우정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원칙을 너무 심하게 세워! 너는 단순한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해. 내 소중한 한스. 그러니까 나를 이해하고 용서하도록 애써 봐. 그리고 우리 계속 친구이기로 해."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 그러니까 훌륭한 책 한 권과 한 편의 좋은 시를 쓰는 일은 결코 하지 못했다는 것을. 처음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했고 돈이 있는 지금은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한다."
"<볼라허, 사망, 묘지는 불명.> 그는 죽어 마땅했다. 만일 누군가가 죽어 마땅하다면(그런데 <만일>은 중요한 뜻을 지닌 단어다). 아, 나는 그들을 아주 잘 기억한다. 그들이 보낸 운문을 잊지도 않았다. 그게 어떻게 시작되었더라? 조그만 유대놈아 – 우리는 네게 작별을 고한다. 네놈이 지옥에서 모세하고 이삭과 만나기를. 그랬다. 그들은 죽어 마땅했다 - <만일> 누군가가 죽어 마땅하다면."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은 130페이지 남짓 되는 짧은 분량에, 잘 읽히는 문장으로 쓰여 있어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내용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마음에 많이 와닿는 좋은 책이었어요. 이상 프레드 울만 동급생 책 추천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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