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소설 – 망원동 브라더스
망원동 브라더스 독서 후기
요즘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볼 수 있는 불편한 편의점의 저자인 김호연 작가의 2013년 작품 망원동 브라더스를 읽었다. 불편한 편의점은 아직 읽지 않았고 이 책의 작가가 누군지는 몰랐지만, 그냥 서점 소설 코너에서 책의 일러스트가 눈에 띄어 그냥 샀다.
책을 읽다보면 망원동 브라더스 멤버들 각자의 고충과 팍팍함이 솔직담백한 문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마음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각자 가지고 있는 삶의 무게는 굉장히 팍팍한데 이를 너무 무겁게는 다루지 않는듯하여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보통의 마음으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망원동 브라더스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곳곳에 있다.
사람들과 부대껴 살면서 불편함을 느끼다 못해 집을 나가버리고 싶어서 실제로 집까지 알아봤던 오작가가, 그래도 서로 잔소리를 해대고 같이 술잔을 기울이며 다시 집 나갈 생각이 없어지기도 하고.
오작가가 자신의 운명이라고 느꼈던 어떤 여인이 알고보니 절대 맞춰나갈 수 없을 것 같은 가치관을 따르고 있어 좌절하기도 하고.
하는 일마다 잘 안 풀리긴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았던 그들이 사소한 말다툼으로 서로 자존심을 건드려 싸우기도 하고.
지인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며 과연 나는 결혼할 수 있을까, 결혼 준비를 하고, 상견례를 하고, 집을 구하고, 그 집을 가구로 채우고, 예물을 준비하고, 주례를 섭외하고, 축가를 섭외하고, 친구들에게 미리 인사하고, 청첩장을 돌리고, 예단을 준비하고, 함을 팔고, 허니문을 예약하고, 허니문 동안 해야 할 일들을 미리 해치워야 하고, 과연 내가 그런 일을 다 해치울 수 있을까, 무엇보다 돈은? 더 시급한 여자는? 생각하는 오작가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소설 속에서 마법같은 성공스토리가 펼쳐지지 않아서 이 책이 더 좋았다. 어떻게 보면 마법 같은 성공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서로 간섭하고 연대하며 지낼 친구들이 있고, 꼭 가족이 아니라도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지낼 수 있고, 나름대로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내 일을 할 수 있는 것.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 가장 특별하고, 꽤나 마법같은 일이고, 이루기가 쉽지만은 않으니까.
“핏줄을 나눈 사이만 가족은 아니다. 더 잘 맞는 사람끼리 사는 것도 가족의 한 방편이 아닐까? 싸부는 처음 가족에게는 잘 못했지만, 이번 가족에게는 곧잘 하는 것 같다.” - 망원동 브라더스 329쪽에서.
일에도 삶에도 마감이 필요하다. 마감.
오작가는 마감을 잘 지키는 만화가다. 마감이 되면 오작가에게는 알 수 없는 집중력이 솟아올라 어떻게든 원고를 끝내게 만든다. 작품에서 자연스럽게 “마감”의 의미를 우리 삶에 빗대었다.
“반드시 작가만 마감이 필요한 게 아니다. 직장인에겐 퇴직해야 할 때가 있고, 자영업자에겐 영업을 접을 때가 있고, 연인에게는 이별의 때가 있고, 군인에게는 제대가 있다. 그게 마감이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 스스로 묶어야 하는 매듭 같은 거.” - 망원동 브라더스 201쪽에서.
마감. 어느 순간에 스스로 묶어야 하는 매듭 같은 것.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각자 삶에서의 마감의 순간, 마감의 타이밍들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너무 일찍 마감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때 마감 했어야 하는데 타이밍을 너무 놓친 것이 아닐까? 지금이라도 제대로 마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차라리 오작가처럼 타율적으로라도 마감기한이 정해져 있다면 오히려 마음 편하지 않을까?
하지만 각자의 마감에 대한 아쉬움도 적당한 때에 그만 접어두는 것 또한 마감일 것이다.
이 책은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해줘서 좋았다. 김호연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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