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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다섯째 아이 / 도리스 레싱] 나는 불행을 겪었지 죄를 지은 것은 아니야

by iinnffoo 2021. 3. 17.

[다섯째 아이 / 도리스 레싱] 리뷰

 

 

 

안녕하세요! 

오늘은 도리스 레싱 님의 <다섯째 아이>에 대한 리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소설에는 해리엇과 데이비드가 이룬 가정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큰 집에서 아이를 많이 낳고, 친지와 가족들을 모두 초대하여 성대한 휴가를 보내는 것을 꿈꾸는 부부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형편에 맞지도 않는 크고 비싼 주택을 구입하고 그곳에서 가정을 꾸립니다. 그 집은 데이비드가 출퇴근하기도 힘든 외곽에 위치하고 있었지요.

 

그들은 계획한 대로 아주 짧은 간격을 두고 아이를 넷이나 낳았고, 여름휴가나 크리스마스 휴가마다 사람들을 초대해서 전통적인 형태의 가정을 현실화시킵니다. 하지만 다섯째 아이를 가지고 나서 이들의 삶은 180도 바뀌게 됩니다. 이 아이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뱃속에서 해리엇을 힘들게 합니다. 그녀는 이 아이가 괴물이 아닐까 생각하지요. 이 다섯째 아이 벤은 이제까지 태어난 네 아이와는 다르게 힘이 세고 폭력적이고 사랑스럽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은 이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누리던 평화를 누리기 위해 결국 다섯째 아이 벤을 시설로 보내고 맙니다. 하지만 해리엇은 죄책감에 벤을 시설에서 다시 찾아오게 되고, 이 가정의 평화는 파탄이 나게 됩니다. 

 

벤은 어떤 아이인가?

이 소설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저자가 벤의 정확한 상태에 대해서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책의 어떤 부분에서는 벤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정신적, 지능적인 장애가 있는 아이인 것 같았다가, 또 어떤 부분에서는 해리엇과 데이비드가 이 아이를 비정상이라고 낙인찍고 가족의 온전한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벤은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고 배움의 속도가 느렸지만 어쨌든 학교에 다녔고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습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존과 그 일행들을 잘 따랐고 함께 안전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엄마 해리엇이 벤에 대해서 진단을 받기 위해 의사에게 갔을 때 의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바로 핵심으로 가겠습니다, 로바트 부인. 문제는 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있어요. 당신은 그 애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죠."

 

하지만 곧바로 이어, 벤의 괴물 같은 모습을 다시 본 의사는 벤이 비정상적이라고 인정해버리고 맙니다. 이렇게 소설에서는 벤에 대해서 정확히 알 수 없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벤이 정말 전혀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아이로 타고난 것인지, 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지 못하는 해리엇과 데이비드 때문에 벤이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해리엇은 죄책감에 벤을 돌보기는 하지만 그를 사랑하지는 못하는 듯 보입니다. 벤을 향해 차가 달려올 때 겉으로는 그 아이를 보호하면서도, 속으로는 '제발 그 애를 치어요'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직접 그 아이를 포기하지는 못하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벤을 대합니다. 그리고 시설에서 아이를 데려오고 나서도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거나 가족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개에게 하듯이 명령하고 감시합니다. 그리고 벤이 말썽을 피울 때마다 "잘 들어 벤. 네가 만약 다른 사람을 다시 한번 다치게 한다면, 넌 그곳에 돌아가야 해"라고 협박합니다. 해리엇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불쌍하기도 하면서, 멀쩡한 아이도 저렇게 대하면 이상해지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해리엇은

"나는 불행을 겪었지 죄를 지은 것은 아니야"

라고 말하며, 부부가 꿈꾸었던 행복하고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지만 저는 해리엇과 데이비드는 불행도 겪었고 죄도 지었다고 생각합니다. 데이비드는 벤을 아예 자신의 자식으로 인정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신들이 감당하지 못할 규모의 전통적인 가정과 집을 꿈꾸고, 가족 모두가 우려할 때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던 젊은 부부의 삶이 생각지 못했던 한 가지 불행에 무너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자신들이 태어나게 한 아이를 부모가 있는데도 시설에 보내서 시체처럼 살게 하고, 죄책감에 갑자기 다시 데려와서는 사랑과 관심은 주지 않고 감시와 협박으로만 감금합니다. 

 

이 소설에서는 해리엇과 데이비드의 행동을 직접 비판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해보면 제 생각과는 다르게 해리엇의 어쩔 수 없음을 옹호하고, 그녀를 비판하지 않는 의견도 많이 있었습니다. 도리스 레싱 작가는 덤덤한 듯한 글로 이 상황을 묘사하고 계속 보여줍니다. 특별히 뚜렷한 교훈을 담고 있지도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우리 삶이 그렇듯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이상 도리스 레싱 작가의 <다섯째 아이> 책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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