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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연애 소설 읽는 노인 / 루이스 세풀베다] 밤에는 인간이 곧 밀림이다

by iinnffoo 2021. 3. 22.

[연애 소설 읽는 노인 / 루이스 세풀베다] 리뷰

연애 소설 읽는 노인 루이스 세풀베다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을 읽었습니다. 작가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새 부흥을 이끈 기수로 유명한데요, 안타깝게도 코로나19에 감염되어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왔고 현재도 국내 문학 전집으로도 많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은 제목에서 주는 첫인상과는 다르게 환경 운동가 치코 멘데스에게 바치는 환경 소설입니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랑하는 친구, 치코 멘데스. 늘 과묵하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활동하던 당신에게 이 책을 전하지 못하지만 감히 나는 티그레 후안상이 당신에게 주는 상이자 하나뿐인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당신이 걸어간 길을 뒤따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오."

 

연애 소설 읽는 노인

소설 속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인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는 아마존 부근 엘 이딜리오에 살고 있습니다. 파괴되지 않은 완전한 자연의 품이었던 이 고장에 문명이 서서히 침투합니다. 이로 인해 자연과 어울려 살던 원주민들과 숲 속의 동물들이 점차 삶의 터전을 위협받습니다. 사람들은 문명의 이름으로 총을 들고 불법 사냥을 하고, 개발을 하며, 아무에게나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이 글을 쓸 줄은 모르지만 읽을 줄은 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연애 소설을 탐닉하기 시작합니다. 이 노인이 원하는 것은 그저 숲 속에 있는 자신의 조용한 오두막에서 연애 소설을 읽는 것이지만, 이런 소망은 "문명"의 힘에 의해 점차 이룰 수 없는 꿈이 됩니다. 노다지꾼들과 사냥꾼들은 무분별한 욕심으로 결국 정글의 맹수를 화나게 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연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입게 되지요.

 

 

수아르 족

노인이 사는 고장에는 원주민 수아르 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원래 한 곳에서 3년 동안만 머무는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3년이란 기간이 자연이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적 여유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대한 기계들이 문명의 이름으로 밀림 안에 길을 낼 때마다 이 수아르 족은 자신들의 원래 생활습관을 지키지 못하고 기계를 피해 바쁘게 삶의 터전을 옮길 수밖에 없습니다.

 

동물들도 원래의 생활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밀림에 새로이 발을 들인 사냥꾼들과 금을 찾는 노다지꾼들 때문에 무고한 죽임을 당했고, 그로 인해 갑자기 사나워지고, 생활 습관을 바꾸고, 생활 반경을 바꾸게 되면서 생태계의 균형은 점차 깨지게 됩니다.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는 수아르 족은 아니지만 자연과 밀림을 존중하는 노인입니다. "낮에는 인간과 밀림이 별개로 존재하지만, 밤에는 인간이 곧 밀림이다."는 수아르 족 인디오의 말을 마음속에 담고 있습니다. 이런 그가 그토록 기다리던 연애 소설 읽을 평온함을 빼앗기고, 점차 위협받고 위태롭게 흔들리는 균형을 응시합니다. 그는 인간의 무모한 사냥으로 화가 나 사람 사냥에 나선 맹수 암살쾡이를 쫒으면서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친구, 미안하군. 그 빌어먹을 양키 놈이 우리 모두의 삶을 망쳐 놓고 만 거야."

 

노인은 어쩔 수 없이 화가 난 암살쾡이를 죽였지만 부끄러움의 눈물을 흘립니다. 이런 싸움에서는 어느 쪽도 승리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 비극을 시작하게 만든 백인에게, 읍장에게, 금을 찾는 노다지꾼들에게, 아니 아마존의 처녀성을 유린하는 모든 이들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낫칼로 쳐낸 긴 나뭇가지에 의지한 채 엘 이딜리오를 향해, 이따금 인간들의 야만성을 잊게 해 주는, 세상의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을 얘기하는, 연애 소설이 있는 그의 오두막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이 책은 우리가 자연을 외면하는 한 결국은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날립니다. 세계적인 감염병 역시 인간이 생태계의 균형을 무시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지요. 루이스 세풀베다는 이 책에 담긴 에피소드들에 긴장감 넘치는 현장감을 부여함으로써 독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저도 노인이 암살쾡이와 대면하는 장면에서는 손에 땀을 쥐고 읽었습니다. 언뜻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과 물고기가 싸우는 장면에서 받은 느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소설로써는 잘 다루지 않는 주제인 환경 문제를 다룬 소설이라 특색 있고, 더 의미 깊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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