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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모순 / 양귀자] 결핍이 없다는 것이 결핍인 모순

by iinnffoo 2021. 3. 15.

[모순 / 양귀자 소설] 모순을 이해하라 

양귀자 모순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양귀자 님의 장편소설 <모순>을 읽었습니다. 1998년에 쓰인 이 책은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고, 여러 독서모임에서도 심심치 않게 선정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모순을 이해하라. 그래야 우리들 삶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메세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엄마와 이모

<모순>의 화자 안진진의 엄마와 이모는 일란성쌍둥이입니다. 그녀들은 같은 날 태어나서 같은 날 결혼했지만, 결혼을 기점으로 완전히 정반대의 삶을 살게 되지요. 안진진의 아버지는 자식들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나름대로의 낭만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시도 때도 없이 집을 나갔다 들어오고, 어머니에게 폭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안진진의 이모부는 삶을 철두철미하게 계획적으로 사는 사람이었고, 이모에게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하고 좋은 사람처럼 보입니다.

 

 

엄마와 이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다른 외모와 성격을 가지게 됩니다. 엄마는 힘들수록 자기의 처지를 힘들어하면서도 결국에는 신명나게 자기 삶을 살아내는 꿋꿋한 사람이 되었고, 이모는 부유하고 편안하게 살지만 자신의 삶에 낭만이 없고 심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가요. 저자는 이 두 인물을 쌍둥이로 설정하면서, 같으면서도 다른, 모순으로 가득 찬 인생의 궤적을 보여줍니다. 저자는 책 뒤쪽에 작가노트에서 이 쌍둥이라는 소재를 인류 전체로 확대합니다. 우리들 모두, 너나 나나, 말하자면 쌍생아가 아닌가 하고요. "우리들 모두, 인간이란 이름의 일란성 쌍생아가 아니었던가 하는 자각. 생김새와 성격은 다르지만, 한 번만 뒤집으면, 얼마든지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일 수 있는 우리." 

 

그냥 언뜻 생각하면 안진진의 엄마는 너무 힘든 삶을 살고 있어 금방이라도 포기해버릴 것만 같습니다. 안진진의 이모는 생활이 풍족하고 더 바랄 것도 없어 그냥 그 삶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행복한 사람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세상의 일들이란 온통 모순으로 짜여져 있으며, 그 모순을 이해할 때 삶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엄마는 온갖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자신의 처지를 탓하고 불쌍히 여기면서도 그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원동력 삼아 언제나 일어나고 살아냅니다. 하지만 이모는 결국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맙니다. 

 

 

안진진의 이모는 유서에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한 이후에는 더욱 평탄해서 도무지 결핍이라곤 경험하지 못하게 철저히 가로막아 버린 이 지리멸렬한 삶"이라는 글을 남깁니다. 안진진은 자신의 엄마와는 다르게 편안하고 평탄한 삶을 살았던 이모가 겪었던 마음의 짐을 바라보며 삶의 모순을 느낍니다. 

 

김장우와 나영규

안진진은 두 명의 남자와 동시에 데이트를 합니다. 아직 누구와 결혼해야 좋을지 마음의 결정을 하지 못하고 양쪽 모두를 만납니다. 이 소설에서 나영규는 마치 이모부 같은 사람, 김장우는 마치 자신의 아버지 같은 사람입니다. 나영규는 삶을 철저한 계산 속에 살고, 안진진은 그것이 조금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모부가 이모를 평탄하게 살게 해 준 것처럼 안진진의 삶도 조금 편안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줍니다. 반면, 김장우는 훨씬 낭만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안진진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안진진은 감정적으로는 김장우에게 더 사랑을 느껴서, 나영규의 청혼을 거절하려고 했지요. 하지만 안진진은 결국에는 나영규를 선택하고 맙니다. 이모와 엄마의 모순된 삶을 보고, 이모가 굴곡 없는 그 평탄한 삶을 살다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두 눈으로 똑똑하게 본 안진진이지만 결국 나영규를 선택합니다. 

 

 

소설에서 나영규를 이모부처럼, 김장우를 아버지처럼 느끼게 묘사해서, 책의 끝부분에 결국에는 그들의 그런 성향의 결과를 보여주지 않을까 예상했었어요. 그러나 저에게는 반전과도 같았던 부분이 등장합니다. 안진진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울부짖으며 했던 말, 사랑하지만 이해할 수는 없었던 아버지가 했던 행동을 안진진이 김장우에게 그대로 한 부분이었습니다. 이렇게 결핍과 상처가 대물림 되고 있었습니다. 

 

안진진과 주리

부족한 것 없이 자라고,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모의 딸 주리와 안진진의 대화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안진진은 주리에게 "세상은 네가 해석하는 것처럼 옳거나 나쁜 것만 있는 게 아냐. 옳으면서도 나쁘고, 나쁘면서도 옳은 것이 더 많은 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야"라고 말하며, 주리가 하는 박사 공부는 그렇게 단순한지 모르겠지만 안진진 자신이 살아 본 삶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여기에 주리는 "옳으면서도 나쁘고, 나쁘면서도 옳다는 네 말은 핑계 같다. 내겐 교활하게 들려"라고 말합니다. 

 

안진진과 주리는 둘 다 맞는 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이 모순으로 가득 차 있고, 그 모순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삶에 대한 이해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세상의 모순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해보고 고민해봐야 할 때도 있겠지요. 안진진이 안진진의 삶을 살면서 겪은 힘든 일들과 모순이 있고, 주리가 주리의 삶을 살면서 겪은 힘든 일과 모순은 그 모습이 다를 뿐입니다.

 

 

아무 어려운 일 없이 평탄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모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듯이, 각자는 각자의 삶에서 모순과 결핍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모에게는 결핍이 없다는 것이 결핍이었지요.) 아마 안진진도 더 많은 시간이 흐른다면 "네가 하는 박사 공부는 그렇게 단순한지 모르겠지만"이라는 말은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모순>은 스토리라인도 흡입력이 있고, 마음에 와닿는 문장도 많아서 한 장 한 장을 아껴가며 소중하게 읽었습니다. 저자는 우리들 삶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모순투성이인 것 같다고 말합니다. 옳고 그름이, 좋고 나쁨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메세지가 좋았습니다. 

 

이상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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