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기록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나는 그려야 해요

by iinnffoo 2021. 3. 19.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나는 그려야 해요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안녕하세요! 오늘은 서머싯 몸 작가의 유명한 작품인 <달과 6펜스> 리뷰를 하려고 합니다. 달과 6펜스는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삼아 예술의 세계를 파고든 소설입니다. 

 

달과 6펜스 제목의 의미?

이 책은 제목이 참 인상적이어서 책을 읽기 전부터도 제목이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었는데요.

"달"이 예술과 이상의 세계, 관능과 영혼, 그리고 열정의 세계를 나타낸다면,

"6펜스"는 현실과 돈과 물질의 세계를 나타냅니다. 

6펜스는 영국에서 가장 낮은 단위로 유통되던 은화의 값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10원" 같은 의미입니다. 결국 달과 6펜스라는 제목은 "현실과 이상", "영혼과 물질" 등의 뜻입니다. 현실과 이상이라는 뜻을 달과 6펜스로 비유적으로 표현하니 훨씬 낭만적이게 들리지 않나요? 소설의 내용도 좋지만 제목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

이 책은 소설이지만 배경지식이 없이 본다면 '자전적 소설인가?' 싶을 정도로 실제로 일어난 일을 서술하는 것 같은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실화를 그리는 것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 책 곳곳에 구체적인 묘사가 실려 있고, 저자가 직접 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말투를 사용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을 관찰하는 사람을 화자로 삼았습니다. 아주 가깝지도 그렇다고 아주 멀지도 않은 위치에서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을 계속 이야기해줍니다. 스트릭랜드는 증권 중개인으로 나름대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던 중년 남성이었는데, 돌연 처자식에게 영원한 이별을 고하고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 나이에 그림 배워본 적도 없는 사람이 이제 시작해서 뭐 되겠어?', '먹고 살 수나 있겠어?'라고 생각하지만, 스트릭랜드는 현실적인 부분을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치 영혼의 어떤 막강한 힘 앞에 손 쓸 수 없는 사람처럼 그림에 대한 열정에 이끌려 현실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난한 화가가 되며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그려야 해요."

 

찰스 스트릭랜드는 일반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도덕적, 인격적으로 일반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입니다. 무책임하게 처자식을 떠나왔지만 '나는 그저 그려야 하기 때문에'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날카롭고 냉소적인 말을 내뱉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아플 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직접 돌봐준 친구의 아내가 자신에게 사랑에 빠졌을 때도 그녀를 거부하지 않고 데리고 삽니다. 그녀가 결국 스트릭랜드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자신의 상황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에도 그는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마치 전혀 다른 세상의 도덕과 규칙을 따르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이 책의 화자는 찰스 스트릭랜드의 인격적인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만의 열정과 예술혼에 깊이 감탄합니다. 그의 비인간적인 언행에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도, 그의 예술에 대한 열정에는 어쩔 수 없이 매료됩니다. 나중에는 화자는 스트릭랜드의 도덕성을 비판하기보다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에게 왜 그런 감정이 없느냐고 탓한다면 우스운 일이 되고 만다. 야수더러 왜 그렇게 사납고 잔혹하냐고 탓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이상과 현실, 열정과 물질, 예술과 인성

이 책은 제목에 걸맞게 이상과 현실, 열정과 물질, 예술과 인성에 대한 대비가 계속해서 이루어집니다. 스트릭랜드는 설명할 길 없는 예술혼을 불태우기 위해 누리고 있던 모든 현실을 한 번에 버리고 떠납니다. 그가 가진 예술혼은 마치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그 자신을 태워버릴 것만 같은 뜨거운 열정이었습니다. 그린다는 그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남들의 평가나 그림 값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스트릭랜드가 타히티 섬에 아타와 결혼해서 함께 살다가 한센병에 걸려 죽어가며 그린 자신의 마지막 걸작을 불태워달라는 유언을 남기는 데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자신의 안에 열정적으로 존재했던 그 그림을 밖으로 끄집어 내는 그 자체가 중요했을 뿐,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거나 평가받는 것을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찰스 스트릭랜드의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에 대입해서 생각하기에는 다소 극단적인 면이 있지만, 사실 우리 현실에서도 이런 충돌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상과 현실, 열정과 물질, 예술과 인성 사이의 수많은 갈등. 이 양 끝단 사이에 펼쳐진 엄청나게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우리들은 각자 자신이 선택한 위치에서 조금씩 진동하며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트릭랜드처럼 '그려야만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사람도 있고, 평탄하고 안락한 삶이 더 중요하기에 개인적 열정과 꿈을 접어두는 사람도 있고, 양쪽을 적당히 취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모두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하여 사는 것이니, 다른 사람의 선택에 대해 감히 평가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찰스 스트릭랜드처럼 이상과 열정을 따르도록 하는 강력한 성향을 타고난 사람도 있겠지요.  

 

찰스 스트릭랜드와 폴 고갱의 삶

달과 6펜스의 찰스 스트릭랜드는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해서 만들어진 인물이지만, 사실 디테일 한 부분에서는 많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특히 받아들이기 힘든 성격이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들은 화가 폴 고갱과 직접적으로 연결하여 생각하면 안 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서머싯 몸 작가가 이 소설을 너무도 상세하게 실화처럼 잘 그리는 바람에, 화가 폴 고갱의 삶에 대해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가 생성되는 것은 막기가 힘들었습니다. (소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서머싯 몸 작가의 <달과 6펜스>는 이렇게 화가 폴 고갱의 삶을 모델로 하여 예술의 세계를 깊게 탐구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상세한 묘사와 흡입력 있는 스토리 전개, 그리고 화자가 주인공들과 밀당 하듯이 유지하는 적당한 거리감 등이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각 등장인물들의 성향과 특징을 계속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달과 6펜스"라는 두 개의 세계를 넘나들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이상 서머싯 몸 작가의 <달과 6펜스> 책 리뷰였습니다.

 

 

책추천 블로그, 독서 리뷰 블로그, 책 리뷰 블로그, 고전문학, 세계문학전집, 민음사 세계문학, 소설 추천

 

댓글


TOP

TEL. 02.1234.5678 /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