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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모모 / 미하엘 엔데] 시간을 찾아 주는 소녀 이야기 (어른 동화)

by iinnffoo 2021. 2. 23.

[모모 / 미하엘 엔데] 시간을 찾아 주는 소녀 이야기 (어른 동화)

모모 미하엘 엔데

미하엘 엔데의 동화 <모모>를 읽었습니다. 장편소설이지만 동화의 형식을 띄고 있는 이야기인데요. 이 작품은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 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모모는 한 마을의 원형극장을 거처 삼아 사는 소녀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가족이 없는 모모를 위해 모모가 지낼 곳을 꾸며주고 가끔 모모한테 놀러 와요. 모모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는 능력이었습니다. 모모는 시간이 아주 많은 소녀였습니다. 모모는 현명한 조언을 해 주거나 공정한 판단을 해 주거나 하지 않고 그저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었어요. 사람들은 모모 앞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스스로 뉘우치고, 스스로 깨닫고 마음의 평화를 찾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모모는 점점 마을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전에 그 아이 없이 어떻게 지낼 수 있었는지 의아할 정도로요.

 

"많은 일들은 해결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모모가 얼마든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재산, 그것은 바로 시간이었다." -본문 중에서

 

시간을 훔치는 회색 인간

그러던 어느 날 이 마을에는 시간을 훔치는 회색 인간들이 나타났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은밀하게 접촉해서 시간을 아끼라고 강요해요. 그들은 사람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시간을 초단위로 계산하며 마을 사람들이 조급한 마음을 가지게 합니다. 잠자는 시간, 밥 먹는 데 걸리는 시간, 어머니와 다정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 심지어 좋아하는 여인에게 꽃을 사다 주러 가는 시간까지도 모두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심어주지요.

 

사람들은 점차 회색 인간에게 속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찾아갈 시간을 아깝게 느끼게 되고, 쉬는 시간, 애완동물을 돌보는 시간, 아무 목적 없이 친구와 노는 시간을 점차 줄이게 됩니다. 모모를 좋아하고 항상 모모가 있는 곳을 찾아오던 사람들은 점차 시간이 없어서 모모를 만나지 못하게 됩니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아직도 모모가 있지만, 도저히 모모에게 놀러 갈 시간이 나지 않아요. 그리고 아이들에게마저 시간을 아끼게 하고 항상 무언가를 배우며 절대 시간 낭비하지 않게 만듭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딱 한 가지야. 뭔가를 이루고, 뭔가 중요한 인물이 되고, 뭔가를 손에 쥐는 거지. 남보다 더 많은 걸 이룬 사람, 더 중요한 인물이 된 사람, 더 많은 걸 가진 사람한테 다른 모든 것은 저절로 주어지는 거야. 이를테면 우정, 사랑, 명예 따위가 다 그렇지." - 본문 중에서

 

시간을 찾아 주는 소녀 모모

모모는 시간을 관장하는 호라 박사님과 거북 카시오페이아와 협력하여 회색 인간들로부터 시간을 되찾기 위해 싸움을 펼칩니다. 모모는 회색 인간들이 사람들로부터 부당하게 빼앗아 간 시간을 되찾고, 마을 사람들은 다시 여유 있고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재회의 기쁨을 묘사할 말은 아마 이 세상에는 없으리라. 두 사람은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며 끝없이 횡설수설을 늘어 놓았다. 기쁨에 취한 사람들이 그러듯 온통 실없는 소리를 한 것이다. 두 사람은 몇 번이고 얼싸안았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멈춰서서 같이 기뻐해 주었다. 그들은 같이 웃고, 같이 울었다. 이제 모두들 그럴 시간이 있었다." - 본문 중에서

 

마을 사람들은 다시 시간을 되찾아서 무슨 일을 하든 자기가 필요한 만큼,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1970년에 발표 되었지만, 50년의 세월이 흐른 현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작품 속에서 사람들을 속여서 시간을 빼앗는 회색 인간들은 현대에는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효율성과 시간 절약을 강조하고, 무엇이든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못 견뎌하지요. 아이들은 어른들의 성화에 못 이겨 질세라 공부를 하고, 중등수학을 초등학교 때 끝내주겠다는 학원 현수막이 즐비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그렇게 시간을 아껴서 무엇을 하냐고 묻습니다. 현대에도 우리 사람들이 회색 인간에게 속아서 쥐어짜 낸 시간은 대부분 자본가들의 막대한 재산을 형성하는 데 쓰일 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갈 시간, 시계 보지 않고 끝없는 대화를 나눌 시간이 정말 절실히 필요하지 않을까요? 작품 속에서는 모모라는 소녀가 사람들에게 시간을 되찾아 주었지만, 현대에서 모모의 역할은 누가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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