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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페스트 / 알베르 카뮈] 독서 리뷰 (요즘책방 선정도서)

by iinnffoo 2021. 2. 16.

[페스트 / 알베르 카뮈]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는 것

 

 

오늘 포스팅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최근 들어 다시 한번 많이 읽힌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리뷰입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를 겪는 중이다 보니 이 책의 내용이 더욱 마음에 와 닿았는데요.

 

이 책은 "오랑"이라는 조용한 해안 도시가 배경입니다. 이 조용하고 특별할 것도 없는 도시에서 어느 날 갑자기 쥐들이 죽어나갑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점점 많은 숫자의 쥐들이 죽어갔고, 결국 이 도시에는 페스트가 발병하고 맙니다. 정부 당국은 페스트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도시를 갑자기 봉쇄했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생이별을 하게 되고 도시 안에 고립됩니다.

 

점차 많은 사람들이 페스트에 감염되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기 시작했고, 의사 리유와 몇몇 동지들은 함께 보건대를 꾸려서 진료도 하고 통계를 내기도 합니다. 의사 리유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하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페스트를 겪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들, 사람들의 생각의 변화, 각 시민의 역할, 희망이 다시 보일 때의 심리를 차분한 어조로 계속 보여줍니다. 여기에는 페스트로 아이를 잃은 아버지가 페스트와 싸우기 위해 뭐라도 손을 보태는 모습이 있고, 보건대로 일하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 나가는 모습이 있고, 페스트에 감염되어 죽어가면서도 자신의 평소 소신에 따라 의사의 진료를 거부하는 신부의 안타까운 모습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지만 마음껏 슬퍼하지도 못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우리도 지금 코로나19를 겪고 있기 때문에 이 소설의 많은 내용들을 깊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페스트가 발병한 이래 오랑에서는 쥐가 눈에 띄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갑자기 뛰어다니는 쥐들이 다시 눈에 띄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병세의 후퇴를 드러내는 통계 결과를 보게 됩니다.

 

"그저 전염병이 제풀에 힘을 잃었거나 어쩌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다음 후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인상을 가지게 되었던 것뿐이다. 어쨌거나 전염병의 역할은 이미 끝난 것과 같았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희망적인 시기에 들어와서도 일부 사람들은 계속 앓았고, 죽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습니다. 이제 병세가 점차 약해지는 희망적인 순간에 전염병의 마지막 습격을 받아 사그라지는 생명을 바라보는 심정은 어떨까요? 그리고 희망이 점차 현실화되는 그 시점에 오랑 시민들은 오히려 봉쇄된 도시를 탈출하려는 시도를 더 많이 하게 됩니다.

 

"그들은 오랜 시간 감금당하고 낙담한 채 시간을 보내다가 희망의 바람이 일기 시작하자마자 그만 열의와 초조감에 불이 붙어 자제력을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 도착 지점이 너무나 가까운 시점에서 그들은 어쩌면 죽을 수도 있다거나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다시는 못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 즉 이렇듯 길고 긴 고통의 세월이 아무런 보상도 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공포에 휩싸였다."

 

 

페스트의 시대가 끝나고 오랑의 시민들은 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립니다. 이 소설의 서술자는 행복에 겨운 시민들을 보며 적어도 얼마간 그들은 행복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언제나 절실히 원할 수 있는 어떤 것, 그래서 가끔은 손에 쥘 수도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간의 애정임을" 오랑 시민들은 알게 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소설의 서술자는 사람들이 재앙 한가운데서 배우는 것이 있으며, 인간에게는 경멸보다 감동할 점이 더 많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에는 기뻐하는 군중이 모르고 있는 하나의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페스트균은 죽지도 사라져 버리지도 않으며, 여기저기서 인내심을 가지고 때를 기다리다가, 언젠가 다시 인간들에게 불행도 주고 교훈도 주려고 깨어나는 날이 있을 거라고 말입니다.

 

알베르 카뮈는 약 10여 년간의 구상과 집필 끝에 이 소설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카뮈는 이 작품에 대해서 오랑이라는 도시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 점령 하에 탄압받았던 프랑스를 상징하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보건대는 항독 저항 운동을 의미한다고 직접 언급한 바 있습니다. 페스트라는 전염병은 사람들을 폭력의 불구덩이로 몰아넣었던 나치 전체주의를 상징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카뮈는 이러한 언급 이후에, 한 권의 소설 작품은 원래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다고 말하며, 이 책을 비유적인 의미 없이 페스트 그 자체로 읽어도 좋음을 언급합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보건대는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이 소설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보건대의 활동을 영웅적으로 그리지 않고 덤덤하고 차분하게 그렸다는 점이었어요. 보건대의 활동만으로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지는 않지만, 자신들에게 당면한 일을 묵묵하게 해 나가는 모습을 그립니다. 이 소설에서 보건대의 활동을 이렇게 그림으로써 사람들의 연대와 공동체 의식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페스트는 오랜 기간 사랑받은 스테디셀러지만, 지금 코로나19라는 우리가 직면한 상황 속에서 읽으니 더욱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이상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독서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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