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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만남은 지겹고 이별은 지쳤다 / 색과 체] 그건 사랑이 아닌걸까

by iinnffoo 2021. 2. 17.

[만남은 지겹고 이별은 지쳤다 / 색과 체] 리뷰

만남은 지겹고 이별은 지쳤다 색과 체

감각적인 표지에 "사랑은 하고 싶지만 새로운 시작이 두렵다면"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만남은 지겹고 이별은 지쳤다>를 읽었습니다. 색과 체 산문집이라고 되어 있는데, 저는 작가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어요. 선입견 없이 읽으려고 일부러 작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중에 찾아보니 페이스북에서 '색과 체'라는 닉네임으로 사랑 관련 글로 소통하는 분이었어요.

 

만남은 지겹고 이별은 지쳤다

많은 사람이 이 제목에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항상 나오는 주제가 만남은 지겹고 이별은 지쳤다는 내용이니까요. 정작 저는 사실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은 없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지금은 이미 결혼했기 때문이고, 결혼 전에는 만남이 지겹고 이별이 지칠 만큼 연애 횟수가 많지는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도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꼭 제목과 다 관련된 것은 아니었고 전반적인 사랑 이야기여서 부분 부분 많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그건 사랑이 아닌 걸까

저자는 연애 초반의 설렘과 떨림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 되어 많은 연인을 이별에 이르게 하는 점에 대해서 적었어요.

 

"그러나 진정한 사랑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게 된다면 그런 떨림과 설렘 따위 없다고 해도 여전히 상대방을 바라보며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내 곁에 있어주는 이 사람이 소중한 것과, 떨림과 설렘의 감정이 느껴지는 건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가슴이 설레고, 함께 하는 것만으로 떨리는 건 일종의 호르몬 작용일 뿐이지만 그 사람이 소중한 것은 내가 이 사람을 얼마나 가치 있게 생각하냐는 것의 문제이다. 그렇기에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저자의 이 이야기를 읽으며 많은 부분 공감했습니다. 새로운 설렘을 찾아 익숙해져 버린 오랜 연인을 떠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또 시간이 흐르면 그 설렘은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어리석은 우리는 그것을 몇 번 반복하고 나서야 객관적으로 상황을 볼 수 있게 되거나, 아니면 계속해서 설렘만을 찾아 떠날 수도 있겠지요. 계속 새로운 설렘과 떨림을 찾는 것이 목표라면 그 과정 안에서 공허함을 느끼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설렘을 넘어선 차원 높은 사랑을 원한다면 아마도 다른 방식의 사랑이 필요하겠지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책인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과 모건 스콧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이 부분을 많이 다루고 있어요. 이들은 한 연인이 떨림과 설렘에서 벗어나는 순간부터 진정한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연애 초반의 그 불꽃 튀고 가장 강렬한 그 떨림은 두 사람을 사랑으로 엮어주기 위한 시작 단추에 불과하다고요. 떨림과 설렘이 없어진 이후에 사랑을 지속하는 데에는 각자의 결단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애초에 설렘과 사랑을 연결하는 것이 부적절할지도 모르겠네요. 누군가에게 갑자기 설렘을 느꼈다고 해서 꼭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설렘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사랑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위 책의 저자들은 설렘은 개인이 선택할 수 없이 그냥 사고처럼 일어나는 감정이지만, 사랑은 선택하고 결단하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랑에 대한 이런 의견에는 반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는 완전 찬성)

 

어떤 노래 가사에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라는 말이 나왔던 것이 생각납니다. 저는 사랑을 노력한다는 것은 말이 될 뿐만 아니라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라고 생각하는 상대방이라면 설렘과 떨림이 있는 짧은 기간 동안의 연애만 수월 할 것 같습니다.

 

존중한다는 건

저자는 책에서 "존중한다는 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행위이다."라고 말합니다. 연애 초반에는 나보다는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맞추고, 싫은 티도 안 내고, 쿨한 척도 해보고, 진짜 내가 아닌 다른 더 좋은 사람인 척 흉내를 내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변장이 가능한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고, 점차 "변했어, 실망했어, 이런 사람이었어?" 하는 단계가 오거나, "저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왠지 알 수 없는 벽이 느껴져" 하는 단계가 오기도 하지요.

 

솔직한 모습,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지만 서로 진짜 존중을 하기 위해서는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와 상대방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고, 그것에 편안함마저 느끼는 순간이 사랑에 있어서 최고의 순간이 아닐까요? 다른 독자분들도 각자 나에게 있어서 사랑의 최고의 순간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이 책은 연인 간의 애정 표현, 연락 문제, 권태로움, 배려, 이별 등 연애와 사랑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골고루 하며, 좋은 사랑 글귀와 사랑 명언을 남깁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이 책을 읽느냐에 따라 각자 다른 부분이 와 닿겠지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산문집이기도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책을 읽는 것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고, 위로를 받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이상 색과 체의 <만남은 지겹고 이별은 지쳤다>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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