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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고양이를 버리다 / 무라카미 하루키] 역사를 똑바로 바라보기

by iinnffoo 2021. 2. 8.

[고양이를 버리다 / 무라카미 하루키] 리뷰

고양이를 버리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자전적 에세이 <고양이를 버리다>를 읽었습니다. 요즘 에세이 책 표지의 유행과는 많이 동떨어진 색감과 디자인의 표지가 오히려 눈에 띄었습니다. 책은 굉장히 짧고 내용도 많거나 어렵지 않습니다. 일러스트도 많이 들어 있어서 한번 앉은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의 가벼운 분량이에요. (책 가격은 절대 가볍진 않습니다만....)

 

이 책의 제목은 "고양이를 버리다"이고, 고양이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 무라카미 하루키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린 시절 이후로 아버지와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던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야 목에 걸린 가시처럼 신경 쓰이고 답답했던 아버지에 관한 탐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개인적인 응어리를 풀어낸 것 같습니다.

 

고양이를 버리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어린 시절에는 고양이를 버리거나 집안의 자녀를 다른 집 양자로 보내는 일이 흔했다고 합니다. 하루키는 아버지와 함께 어린 시절에 고양이 한 마리를 해변에 버리고 옵니다. 자전거를 타고 다녀왔는데, 놀랍고 당황스럽게도 해변에 버리고 온 고양이가 그들보다 앞서 집에 돌아와 있었습니다. 부자가 다른 곳에 들르지도 않고 곧장 자전거를 타고 집에 왔는데도 말이죠. 아버지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감탄스럽다는 표정과 다소 안도한 듯한 얼굴로 고양이를 바라봤고 부자는 그 고양이를 계속 키웠다고 합니다.

 

버려졌다가 다시 돌아온 고양이처럼 무라카미 하루키의 아버지도 어린 시절에 어느 절로 보내졌다가 자세히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일이 아버지의 소년 시절에 깊은 마음에 상처로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버려졌다가 돌아와서 당당히 집안을 누비는 고양이를 보며 감탄하고 안도하던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역사를 똑바로 바라보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아버지는 여러 번 참전을 했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아버지가 난징대학살과 관련된 유난히 피비린내 나는 평판이 따라다니는 부대의 일원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혹을 오래도록 품고 있었고, 그 때문에 더더욱 아버지의 기록을 조사하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게다가 저자는 자신의 진로 문제로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아버지의 역사에 관한 탐구를 한 것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아버지는 당시 전쟁에 수차례 참전했었고, 그 과정에서 보게 된 트라우마로 남는 장면, 이를테면 군도로 인간을 내려치는 잔인한 광경을 마음에 강렬히 각인하게 되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러한 아버지의 역사와 트라우마를 아들인 자신이 부분적으로 계승하는 것이며, 사람의 마음과 역사는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내용이 아무리 비인간적이고 불쾌한 전쟁의 역사를 담고 있어 외면하고 싶은 것이라고 해도, 사람은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며 이렇게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역사의 의미가 어디에 있겠는가?"

 

저자는 일본이 저지른 전쟁과 살육의 역사를 그땐 그럴 수도 있었다는 식으로 포장하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를 취합니다. 역사는 과거의 것이 아니며 우리가 사는 세계 전체를 구성하는 거대한 이야기를 구성하는 일부라고 이야기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런 태도 때문에 일본의 일부 역사수정주의자들의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역사를 있는 그대로 똑바로 바라볼 수 없다면 우리가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눈도 왜곡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고양이를 버리다> 독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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