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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Survival of the Friendliest 책 리뷰

by iinnffoo 2023. 4. 12.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리뷰

과학책추천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읽었다.

이 책은 다정하고 예쁜 제목에서 주는 느낌과 다르게 과학도서다. 진화인류학, 신경과학, 생물학 등을 다루고 있고, 나아가 사회와 정치에 대한 이야기도 꽤 많이 다룬다.

 

우리는 다윈의 <종의 기원> 하면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곧 떠올린다. 다윈은 원래 종의기원에서 “자연선택”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다윈이 종의기원 제5판을 출간할 때 허버트 스펜서의 뜻에 따라 적자생존을 자연선택을 대체할 수 있는 개념으로 소개했다.

적자생존, Survival of the fittest는 생존투쟁에서 적자가 생존한다는 뜻이지만, 오랫동안 우리는 이것을 피도 눈물도 없는 “약육강식”으로 해석해온 경향이 있다. 힘으로 주변 모두를 제압하고 최적자가 되는 방법은 적자생존의 한가지 유형일 뿐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이 적자생존의 패러디인 Survival of the Friendliest,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이다)

적자생존을 약육강식이라고 해석하고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어서 곧바로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적자생존을 인류가 저지른 참혹한 짓들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이용한다. 다윈을 비롯한 생물학자들에게 ‘적자생존’이란 그저 살아남아 생존 가능한 후손을 남길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그 이상으로 확대될 개념이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이 책은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인간 종들과 다르게 살아남은 이유가 바로 서로 협력할 줄 아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힘으로 다른 개체를 제압해서 살아남는 방법도 있지만, 서로 다정하고 친밀하게 연대하고 협력해서 살아남는 방법도 있다. 우리 인간은 비교적 열등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협력하는 능력 덕분에 생존했다는 것이다.

 

서로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보노보 이야기, 인간의 하얀 공막 이야기, 자기가축화(특정 종이 스스로 가축화되는 현상. 자기가축화 되면서 공격성이 줄어들고 인내심이 증가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이야기 등을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우리 인간은 서로 협력하고 자녀와 가족을 사랑하는 힘이 강하지만 그 힘이 동시에 다른 집단의 존재들을 미워하는 힘이 된다고 설명한 점이 인상깊었다. 저자는 “우리는 집단 정체성을 토대로 타인을 판단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을 향한 사랑이 정체성이 다른 타인에 대해서는 두려움과 공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가진 사랑의 힘이 동시에 증오의 힘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인류는 그동안 끔찍한 일들을 저질러 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 극복방안으로 크게 두가지를 제시한다. 바로 ‘민주주의’와 ‘접촉의 증대’이다.

 

“민주주의는 우리의 다정한 본성 속에 자리한 이 어두운 면을 견제하기 위해 설계된 제도다.” 민주주의가 제공하는 여러 제도적 견제 장치들을 통해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극복하자는 것이다.

‘접촉의 증대’는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집단의 사람들끼리 ‘접촉’을 자주 하면 서로 불안이 낮은 상황에서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결과적으로 집단 간 갈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학자들은 집단 간 갈등을 감소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접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갈등을 완화하는 최상의 방법은 서로를 위협으로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불안이 낮은 상황에서 여러 집단이 함께할 수 있다면 학자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이 불안을 감소시키는 것이야말로 집단 간 갈등을 감소시키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였다. 위협받는다는 느낌이 우리 뇌에서 마음이론 신경망의 활동을 꺼버린다면, 위협 없는 접촉은 이 스위치를 다시 켤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고 말한다.

 

우리는 다정한 말 한마디로 적에서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저자들은 이 책을 이렇게 마친다.

“나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

 

책에 나오는 과학 이야기들 중 일부는 이론적으로는 논쟁의 여지도 있는 가설도 많이 등장한다. 이렇게 한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거의 평생을 바쳐 연구하고 책을 쓰는 것은 정말 존경받을만한 과학자로서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인류의 미래에 대해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책을 마무리한다. 적자생존의 오해를 풀고 인간이 가진 마음, 공감, 협력, 사랑의 힘으로 어두운 면을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말하는 따뜻한 책이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인상깊은 구절 몇가지

“그렇다고 보노보를 무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유인원의 친척 가운데, 오직 보노보만이 우리를 괴롭혀온 치명적인 폭력성에서 벗어난 종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를 죽이지 않는다. 탁월한 지능과 지성을 뽐내는 인간이 하지 못한 것을 보노보가 성취한 것이다.”

“타자에게 친절한 우리 종의 특성은 보노보와 일치하지만, 사람의 경우 이 친절함은 특정 타인에게만 해당된다. 우리는 집단 정체성을 토대로 타인을 판단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을 향한 사랑이 정체성이 다른 타인에 대해서는 두려움과 공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사회학자 새뮤얼 올리너는 아내 펄과 함께 이 시기에 유대인을 구출한 사람 수백 명의 증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찾아낸 공통된 특징은 단 하나였다. 그들 모두가 전쟁 전에 유대인 이웃이나 친구 혹은 직장 동료와 친하게 지낸 경험이 있었다.”

 

“가장 강력한 접촉의 형태는 진심 어린 우정이며, 우정에서 생성되는 관용은 전염되는 듯하다. 가령 친구의 인맥을 통해서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을 폭넓게 접해본 사람들에게서는 LGBTQ 사람들을 비인간화하는 경향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고 평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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