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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 공부방

퇴사할 때 회사에서 연수비(교육비)를 반환하라고 하면?

by iinnffoo 2023. 1. 27.

퇴사할 때 회사에서 연수비(교육비)를 반납하라고 하면?

근로자가 퇴사할 때 회사에서 연수비나 교육비용, 자격증 취득비용 등을 반환하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근로자에게 이런 비용을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을까?

 

이 문제는 일률적으로 O, X로 말할 수는 없고 아래 내용들을 따져봐야 하지만, 근로자 입장에서 아래와 같은 생각이 든다면 웬만하면 반환의무가 없는 비용일 가능성이 크다.

 

- 아니 그 교육은 회사가 업무상 필요에 따라 한건데 나한테 토해내라고? 원래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 아닌가?

- 그건 해외연수가 아니라 그냥 파견 가서 해외에서 근무한 것뿐인데, 연수비용을 반환하라니 말도 안 돼.

- 그 교육을 들은 게 언제적인데 지금 퇴사한다고 해서 그걸 반환하라고? 심지어 전액을 반환하라고? 등

퇴사 교육비반환

근로기준법 제20조 위약 예정의 금지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

이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계속 근로를 강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이다, 이 규정을 위반한 경우 벌칙이 적용되고(근기법 제114조), 그러한 약정은 사법상 무효가 된다.

 

예를 들면, 입사할 때 몇 년 안에 퇴사할 시 근로자가 일정 금액을 위약금으로 내기로 정하거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예정하는 계약이 금지되는 것이다. 퇴사하면 일정 금액을 반환해야 하는 경우라면,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퇴사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사용자와 근무하기로 정한 약정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한 경우 사용자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했는지 묻지 않고 바로 소정금액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은 효력이 없다(대판 2006다37274).

근로자가 약정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자에게 마땅히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도 효력이 없다(대판 2006다37274).

 

 

교육비, 연수비, 자격 취득비용의 경우

그렇다면 회사에서 근로자의 교육, 연수, 자격 취득이나 유지 등을 위해 비용을 지출한 경우는 어떨까?

예를 들어, 회사에서 어떤 근로자에게 해외연수(근무가 아닌 순수한 유학)를 보내주며 비용을 지출하고 학위를 취득하게 해주는 대신, 귀국해서 최소 2년 이상은 회사에 재직해야 하며 그 이전에 퇴사할 경우 유학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하도록 하는 약정을 하는 것, 즉 “연수비 반환 약정”은 근로기준법 제20조를 위반하는 무효인 약정일까?

 

우리 대법원 판례는 그러한 약정으로 인하여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계속 근로를 부당하게 강제하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면 근기법 제20조 위반이 아니라고 한다.

 

연수비 반환약정이 유효하려면, (대판 200637274)

1) 그 연수비, 교육비 등이 근로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주로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와 이익을 위하여 원래 사용자가 부담하여야 할 성질의 비용을 지출한 것에 불과한 정도가 아니라 근로자의 자발적 희망과 이익까지 고려하여 근로자가 전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사용자가 대신 지출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해외파견근무의 경우: 직원의 해외파견근무의 주된 실질이 연수나 교육훈련이 아니라 기업체의 업무상 명령에 따른 근로장소의 변경에 불과한 경우, 이러한 해외근무시간 동안 임금 이외에 지급 또는 지출된 금품은 장기간 해외근무라는 특수한 근로에 대한 대가이거나 또는 업무수행에 있어서의 필요불가결하게 지출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경비에 해당하여 재직기간 의무근무 위반을 이유로 이를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 또한 마찬가지로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판 2003다7388)

 

2) 그 비용을 사용자가 우선 지출하고 근로자는 이를 상환하기로 하되, 일정 기간 재직하면 상환의무를 면제하는 취지여야 한다.

사용자가 근로자의 교육훈련 또는 연수를 위한 비용을 우선 지출하고 근로자는 실제 지출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는 의무를 부담하기로 하되 장차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는 경우에는 그 상환의무를 면제해 주기로 하는 취지인 경우, 그러한 약정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3) 약정근무기간과 상환비용이 적정해야 한다.

약정 근무기간 및 상환해야 할 비용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범위 내에서 정해져 있어야 한다.

("적정"의 범위는 판단의 영역이고 제반사정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지만, 과장하자면 연수 몇 달 시켜준 걸 가지고 의무 재직기간 10년, 그 전에 퇴사하면 연수비 전액 토해내기! 이렇게 말도 안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회사의 업무에 필요한 연수나 교육비용, 자격 취득 및 보수교육 비용 등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와 이익을 위하여 원래 사용자가 부담하여야 할 성질의 비용에 대해서는 근로자가 퇴사할 때 반환할 의무가 없다. 그런 비용은 회사에서 직원 좋으라고 지출한 것이 아니라 회사 일 돌아가게 하려고 지출한 것이다.

 

서약서나 각서를 썼다면?

회사에서 ‘몇 년 안에 퇴사할 경우 이러이러한 교육비를 반환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서약서, 각서 등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가까운 시일 내 퇴사할 생각은 없기도 하고, 상사가 각서를 작성해와서 들이미는데 서명 안하고 버티기도 껄끄럽고, 잘 모르기도 해서 서명을 한다. 이런 경우라도 반환할 의무가 없었던 돈에 대해 갑자기 반환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 제20조는 강행규정으로 당사자 간 합의가 있어도 배제될 수 없다.

합의하면 장땡이라 하면 노동법이 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최저임금 절반만 받고 일하기로 했어요, 주휴수당 안 받아도 된다고 저도 동의했어요, 주 60시간씩 일하는 것도 다 괜찮다고 했어요, 동의했고 쌍방이 원한다는데 무슨 상관이야? 라고 한다면 노동법은 슬프게도 존재 이유를 잃어버린다.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에 대한 당사자의 합의를 인정하면 근로조건은 열악해지고, 재해보상은 어려워지며, 노동조합 등 근로자의 단결활동은 더욱더 금기시되고, 듣기 좋은 단어인 “자유”는 해고의 자유, 노동착취의 자유가 되어버린다. 노동법에서 말하는 노동은 자영업자의 독립적 노동이 아니라 “종속노동(경제적, 인적, 조직적 종속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원래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라면 근로자가 어쩔 수 없이 각서에 서명했더라도 중도퇴사할 때 그 돈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

 

 

위에서 살펴본 대법원 판례 판단기준에 따라 유효한 반환약정도 물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근로자의 퇴직금에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 회사는 퇴직금 지급은 지급대로 하고, 퇴직금 지급과 별도로 근로자에게 반환비용을 청구해야 한다.

 

근기법 제43조 제1항은 임금은 “전액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정하고 있고, 대법원 판례도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가지는 채권으로 상계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고, 퇴직금도 임금이므로 역시 마찬가지라고 판시했다.

 

 

연수비, 교육비 반환약정의 경우 사실관계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어서 간단하게 정리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정리해보면,

 

회사가 업무상 필요에 의해 근로자의 교육,연수,자격 등에 지출한 비용이라면, 근로자가 약정 근무기간 이전에 중도 퇴사하더라도 그 비용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 이는 그 비용을 반환하기로 하는 각서를 쓴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일정한 경우(위 연수비 반환약정의 유효성 부분 참고) 근로자에게 비용 반환의무가 있을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사용자가 근로자의 퇴직금에서 일방적으로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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