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2] 김호연 소설 리뷰, 인상 깊은 문장
지난 리뷰에 이어서 불편한 편의점2를 곧바로 읽었다.
나는 텀 없이 곧바로 읽어서 1편과 2편을 비교하며 읽기보다는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는 느낌으로 읽었다. 1편에 없었던 새로운 인물들도 등장하고, 1편에서 정든 사람들도 또 등장한다.
불편한 편의점2에서는 철없는 알바생이라고 생각했던 홍금보, 황근배의 인생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홍금보는 1편의 독고씨와는 분위기도 외모도 다른 캐릭터지만,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에게 약간 바보같지만 진리가 담긴 말들을 해주는 독고씨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독고가 떠난 불편한 편의점에서 이제는 홍금보가 손님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말을 건넨다.
1편에서 독고씨와 불편한 편의점을 모티브로 연극 대본을 썼던 인경 작가가 홍금보를 독고 역으로 발탁한다. 홍금보는 캐릭터 연구를 위해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이 불편한 편의점에서 일하게 되었다가 자신과 타인의 삶들을 만난다.
2편에서 독고 씨도 잠시 만나볼 수 있었다. 불편한 편의점을 둘러싼 여러 인연들이 불편한 편의점을 모티브로 한 연극 무대에서 만나는 설정은 꽤 연극적이었고, 그래서 연극적으로 감동적이었다. 염여사는 독고씨에게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살아 있어줘 고맙네.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무대를 스쳐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 이 무대를 발판삼아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고민거리와 갈등, 소소한 행복, 오가는 말들, 생겨나고 해결되고 때로는 묵어가는 문제들 그 자체가 바로 사람 사는 것이라고 이 작품이 말하고 있는 듯하다.
염여사는 자신이 해결하지 못하는 오래된 문제들 때문에 고심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삶의 이런 문제들은 모조리 없앨 수 없고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문제들을 모조리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받아들이고 공존하는 법을 배울 수는 있다.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끌고 가는 말하는 듯한 문체가 이번에도 좋았다. 한 종교신문을 보니 김호연 작가는 불편한 편의점에 이웃 사랑과 하나님의 섭리를 녹여내고자 했다고 말했는데, 종교적인 이야기가 과하게 소개되지는 않아서 종교가 없는 나로서는 더욱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인상 깊은 문장들
세상에 만족스러운 게 어디 있겠으며 다 모자라고 부족한 대로 살며 버티는 것 아니겠는가? 일종의 될대로 되어라 정신!
소신 있는 꼰대는 나쁘지 않은 거 같은데요... 문제는 자기 말만 해서 아닐까요? 대체로 꼰대들이 자기 말만 하고 남의 말은 안 듣거든요.
간단히 말해서 로켓에게는 때론 궤도 수정이 필요하단다. 동현이도, 우리 집도 지금은 궤도 수정이 필요한 때 같다고 아빠는 생각해.
아들. 비교는 암이고 걱정은 독이야. 안 그래도 힘든 세상살이, 지금의 나만 생각하고 살렴.
민식은 간절했다. 외로웠다. 비교당하지 않기 위해 마음껏 비교하며 살았다. 앞서 나가기 위해 앞장서서 무리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실패였고 남은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스스로를 옥죄는 문제들을 외면하기보다 공존하는 법을 터득해 나갔다. 전원주택에 끊이지 않는 벌레들을 모조리 살충할 수 없는 것처럼, 인간으로서 살며 얻어가는 불편하고 곤란한 일들을 받아 안고 사는 법을 체득해갔다.
살아 있었네. 그래. 살아 있어줘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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