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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소설 줄거리와 리뷰 (들어주면 풀려요)

by iinnffoo 2023. 1. 16.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소설 줄거리와 리뷰

불편한편의점독후감

김호연 작가님의 불편한 편의점을 읽었다. 지난번에 망원동 브라더스를 먼저 읽었는데, 사람 사는 냄새 나는 이야기들을 편하게 이끌어가는 문체, 말하는 듯한 문체가 좋았다. 불편한 편의점은 망원동 브라더스에 이은 동네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불편한 편의점 줄거리

서울역 노숙자였던 독고 씨가 우연한 일로 편의점 사장이 염 여사를 만나 편의점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동네 이야기가 시작된다. 독고씨는 오랜 노숙생활로 몸상태가 좋지 않고 말도 더듬지만 경우와 예의가 있는 사내다. 편의점 일도 금방 배우고 열심히 한다.

 

독고 씨는 과거에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을 겪고 알코올중독에 빠져 지내다가 기억을 잃어버렸다. 독고 씨는 말은 서툴러도 편의점에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알 수 없는 위로를 건네는 사람이다. 챕터마다 각자 삶의 무게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독고 씨와 대화를 통해서 현명한 답을 얻어간다.

 

그런데 정작 독고 씨에게는 해결하지 못한 본인의 큰 문제가 있다. 독고 씨는 죽기 위한 마지막 준비를 하기 위해 편의점 일을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기억을 조금씩 되찾으며 그가 어떤 생각을 하게 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독고 씨의 과거에 대한 내용은 이 책에서 나름 반전인 부분이라 포스팅에 적기는 좀 그렇다.

 

독고 씨는 동네 사람들의 문제에 대해 현명하고 간결한 답을 자주 내놓았다. 그런 그도 자신의 문제에는 괴로워한다. 서울역 노숙자의 끼니를 걱정하고 일자리도 내주는 염 사장님도 정작 집 나가 술 취해 허덕이고 있는 아들은 못 챙기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한다.

 

이런 부분이 정말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해답을 몰라서 문제를 못 풀고 있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남의 일이라면 척척 해결책을 내놓는 사람도, 그것이 내 문제가 되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내 앞에 놓인 문제에 직면해야 한다. 그것이 독고 씨에게는 죽을 듯이 괴로웠고, 죽기로 마음도 먹었었지만 다시 살기로 했다. 죄스러움을 지니고, 사죄하며 살기로 했다. 마포대교나 원효대교에서 뛰어내릴 계획이었지만,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알기에.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알기에.

 

독고씨의 문제풀이

독고씨가 동네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을 보고 있으면, 이렇게 하면 꼭 어떤 갈등도 금방 스르르 풀릴 것 같은 따뜻함과 위안이 느껴진다.

 

“들어주면 풀려요. 아들 말도 들어줘요. 그러면 풀릴거예요. 조금이라도.”

“아들한테 그동안 못 들어줬다고, 이제 들어줄 테니 말 해달라고 편지 써요. 그리고 거기에 삼각김밥 올려놔요.”

 

“손님한테 하듯 하세요. 손님한테 친절하게 하시던데 가족한테도 손님한테 하듯 하세요. 그럼 잘 될겁니다.”

 

염 여사, 참사장

불편한 편의점의 사장은 이시대에 과연 존재할까 싶은 참사장이다. 평생 사장이나 자영업과는 거리가 멀었던 퇴직 교원이 편의점 경영에 신경쓰게 된 것은, 그 사업장이 자기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삶이 걸린 문제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부터였다.

 

급기야 아들한테는 이런 이야기도 듣는다.

“엄마가 예수야? 교회 다니면 다 이웃 사랑에 목매야 해?”

염 여사는 이렇게 대답한다.

“꼭 크리스천이어서가 아니라 그게 세상 염치라는 거다. 사장이면 모름지기 직원들 생계를 생각해야 하는 거라고.”

 

염치라는 말은 참 멋있는 말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들 염치만 있어도 훨씬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 같다.

 

김호연 작가님은 작품에서 염 여사를 일부러 종교인으로 설정했다. 선한 사마리아인, 이웃을 사랑하는 크리스천의 이미지를 그렸다는 인터뷰를 본 것 같다. 나는 종교는 없지만 “꼭 크리스천이어서가 아니라 그게 세상 염치라는 거다.”라는 말이 참 좋았다.

 

참참참과 옥수수수염차

이 작품에는 편의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원 플러스 원이나 네 캔 만원, 편의점 음식 조합에 대한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낸다. 꼭 편의점에 와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불편한 편의점에 들러 참참참 조합으로 나만의 시간을 잠시나마 즐기는 지친 가장의 이야기가 있었다. 참참참은 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이다. 소주는 안마신지 오래 되었지만 왠지 이 참참참은 한번 먹어보고 싶어진다. 독고 씨가 술 생각을 누르기 위해 마셔댔던 옥수수수염차도 같이 사봐도 좋을 것 같다.

 

불편한 편의점

진열해놓은 물건 종류도 적고, 이벤트도 다른 데 비하면 없는 편이고, 동네 구멍가게처럼 흥정이 되는 것도 아닌, 아무튼 불편한 편의점. 이 불편한 편의점은 동네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독고 씨를 포함한 점원이나 예외 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다.

 

독고 씨는 이 편의점을 떠나며 염 여사에게 작별인사를 하며 이렇게 생각한다.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주유소에서 나는 기름만 넣은 것이 아니라 아예 차를 고쳤다. 고쳤으면 떠나야지. 다시 길을 가야지. 그녀가 그렇게 내게 말하는 듯했다.’

 

독고 씨는 과거에 꽤나 큰 잘못을 했고, 그 잘못은 독고 씨가 아무리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대하고 앞으로 사죄하며 산다고 해도 씻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작품에서 그런 과거의 잘못을 미화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독고 씨는 사죄하며 살아야 한다.

 

불편한 편의점을 읽는 동안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크고 작은 갈등 이야기를 보며 해결되기를 응원했다.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차가워지기도 했다. 불편한 편의점2도 나왔던데 곧바로 읽어볼 생각이다.

 

“세상에... 확실한 건 없어요.” / 독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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