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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인형의 집 / 헨리크 입센] 난 완전히 독립해야 해요

by iinnffoo 2021. 3. 24.

[인형의 집 / 헨리크 입센] 리뷰

인형의 집 책 헨리크 입센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여성 해방 운동에 영향을 끼친 헨리크 입센 님의 대표작 <인형의 집>을 읽었습니다. "노라이즘"이라는 단어로도 유명한 이 작품의 주인공은 신여성의 상징인 "노라"와 그의 남편 "헬메르"입니다. 이 작품은 1879에 쓰여 그 해에 코펜하겐 왕립극장에서 초연되었고, 그의 명성을 드높여 주었습니다. 거의 150년 전에 쓰인 작품이지만 지금 읽어도 사회와 개인의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주고 있는데요. <인형의 집>한 여성이 남편으로부터 완전한 경제적, 심리적 독립을 선언하고 집을 나가는 줄거리이니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이라 호평과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고 합니다.

 

스윗함? 통제하고 싶은 마음? : 내 작은 다람쥐, 나의 종달새

극 중에서 남편 헬메르는 부인 노라를 애칭으로 부르며 많은 애정표현을 합니다. 내 작은 다람쥐, 귀여운 나의 종달새라고요. 남편의 아내에 대한 이런 애칭의 의미는 극 후반에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는 아내를 마치 어린아이 대하듯 하고, 자신이 아내에게 부여했다고 생각한 역할 외에 다른 부분에 대해서 아내가 의견을 내면 "우리 귀여운 다람쥐는 들어가서 잠이나 자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헬메르에게 노라는 집을 꾸미고, 아이들을 양육하고, 자신을 즐겁게 해 주는 귀엽고 연약한 작은 동물입니다.

 

이런 부분은 꼭 남편과 아내의 문제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모습에서도 발견될 수 있고, 직장에서, 사회에서도 발견될 수 있지요. 스윗함과 통제하고 싶은 마음은 일상생활에서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어느새 그런 관계에 적응되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노라의 비밀

노라는 남편 헬메르에게 오랜 시간 숨겨온 비밀이 있습니다. 남편 헬메르가 몸이 안 좋아 요양이 필요할 때 요양비를 구하기 위해서 대금업자에게 돈을 빌렸는데요. 노라 혼자서는 돈을 빌릴 수 없었기에 그녀의 아버지의 서명을 위조하여 돈을 빌렸습니다. 아버지 역시 위독한 상태였기 때문에 걱정시키기 싫은 마음이었지요. 남편에게는 아버지가 요양비를 줬다고 거짓말했고, 요양을 통해 남편이 목숨을 건지고 나서는 생활비에서 조금씩 아낀 돈으로 빌린 돈을 갚으며 혼자만의 비밀을 안고 살아갑니다. 아내가 남편을 살리기 위해 돈을 빌렸다는 사실을 남편이 안다면 자존심이 상할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다가 우연한 일로 그녀가 돈을 빌렸다는 사실, 그리고 아버지의 서명을 위조했다는 사실이 남편에게 모두 밝혀집니다. 남편 헬메르는 그동안 마음 졸였을 아내 노라의 마음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었다는 사실에 좌절합니다. 서명을 위조했다는 것이 얼마나 불명예스럽고 치욕스러운 행동이었는지 말하며 아내에게 욕을 퍼붓고, 당신은 아이들을 가르칠 자격도 없다고까지 말합니다. 아내 노라는 서명을 위조한 것은 잘못했긴 했지만 자신도 남편을 살리기 위해, 위독한 아버지를 걱정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항변합니다.

 

그런데 대금업자가 심경의 변화로 서명이 위조된 차용증을 대가 없이 갑자기 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노발대발 화를 내던 남편 헬메르가 갑자기 이중인격처럼 이렇게 말합니다.

 

"조금 전에 내가 했던 끔찍한 말들은 다 잊어버려. 내가 쌓아 온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릴 것 같아서 그런 거였어. 당신을 용서할게. 당신을 용서한다고 맹세해."

"바들바들 떨고 있는 내 귀여운 종달새. 당신을 감싸 줄 큰 날개가 나한테 있으니 안심하고 쉬어." (소름...)

 

나 자신에 대한 의무

노라는 갑자기 자신의 결혼 생활을 뒤돌아보게 됩니다. 결혼생활 8년 동안, 아이를 셋 낳고 사는 동안 남편이 자기를 어떻게 여기고 살아왔는지 이제야 진실을 보게 됩니다. 그녀는 결혼 전에는 아빠의 인형이었다가 결혼 후에 남편의 인형이 되어 인형의 집에서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처음으로 직시한 것입니다. 아내 노라는 남편 헬메르에게 결혼 이후 처음으로 진지한 대화를 시도합니다. 작품에서는 더 많은 대화 내용이 있지만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조금 적어봅니다.

 

노라: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았어요. 나와 사랑에 빠져 있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죠.

(...)

노라: 그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어요. 나 자신을 가르치는 일이죠. 당신은 도움이 안 돼요. 나 혼자 할 거예요. 그래서, 난 당신을 떠날 거예요.

(...)

헬메르: 이게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 세상 물정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주제에!

노라: 이제 알도록 노력할 거예요.

헬메르: 집을 버리고, 남편과 아이들까지! 사람들이 어떻게 말할지 생각해 봤어?

노라: 상관없어요. 내가 아는 건 이 일이 내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뿐이에요.

헬메르: 최악이군! 가장 신성한 의무를 모른 척하겠다는 거야?

노라: 내가 가장 신성하게 지켜야 할 의무가 어떤 거라고 생각하세요?

헬메르: 꼭 말해야 알겠어? 남편과 아이들 아닌가?

노라: 나에겐 다른 의무가 있어요. 똑같이 신성한.

헬메르: 아냐. 그런 게 어딨어. 도대체 그게 뭐야?

노라: 나 자신에 대한 의무죠.

헬메르: 당신은 아내이자 어머니야. 무엇보다도 먼저.

(...)

노라: 난 더 이상 그렇게 믿지 않아요. 내가 믿는 건 내가 당신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거예요. 아니라면 적어도 난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할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신처럼 생각한다는 걸 난 알아요. 그리고 당신이 취하고 있는 입장에 대해서는 셀 수조차 없을 만큼 많은 책들이 다 한결같은 목소리로 지지하고 있어요. 하지만 난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얘기에 대해서도, 책에 쓰여 있는 내용에 대해서도 만족할 수 없어요. 그런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나 스스로 깊이 생각해 봐야겠어요.

 

남편 헬메르는 떠나겠다는 노라를 설득도 해보고 나중에는 애원도 해 보지만 그녀는 결국 집을 떠납니다. 현대에 다시 읽는 이 책은 단지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여성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서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습니다.

 

 

 

남편 헬메르는 아내 노라를 진정으로 사랑했다고 호소합니다. 하지만 그는 아내를 사랑했다기보다 그녀를 소유하고 자신에게 복종시킴으로써 심리적인 만족과 안정을 얻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에리히 프롬이 <사랑의 기술>에서 한 말이 생각납니다. 그는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을 소유함으로써 심리적인 안정을 얻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의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 그의 가치관과 이루고자 하는 것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상대방이 자아실현을 하거나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바라보고 응원해주는 것이 성숙한 사랑이라고 합니다.

 

자신과 아이들은 어쩔 거냐며 의무를 이행하라고 소리치는 헬메르에게 노라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나 자신부터 교육해야 해요. 온전히 독립해야 해요."

 

호평과 비평이 함께 존재했던 <인형의 집>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비판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남편과 아이들을 버리고 떠나는 노라에 대한 비판 말이죠. 하지만 저는 이 작품의 포인트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누구나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독립해야 하며, 똑같은 한 인간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이상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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