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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올리버 색스] 책 리뷰 (요즘책방 선정도서)

by iinnffoo 2021. 1. 29.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올리버 색스] 책 리뷰

 

 

신경과 의사 올리버 색스 교수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1985년 영국에서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전 세계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책에는 뇌와 신경 쪽에 특정한 기능의 상실 또는 과잉 문제 등으로 기묘한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의 사례가 소개됩니다. 저자가 신경과 의사로 재직하면서 직접 겪은 진료 사례입니다. 최근 방송 요즘책방:책 읽어드립니다에서도 소개가 되었더군요.

 

자신의 다리를 자신의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해 침대 밖으로 내 던져서 바닥으로 떨어진 사람,

약에 취해 여자 친구를 살해했는데 그 기억을 전혀 하지 못하다가 오랜 정신병원 입원 후 작은 사고 이후에 갑자기 모든 기억이 눈앞에 생생하게 떠올라서 극단적 선택을 2번이나 시도했던 사람,

눈에는 문제가 없는데 오른쪽과 왼쪽 중 한쪽만을 볼 수 있는 사람,

고유감각인 제육감을 잃어버려 내 몸을 인식할 수 없는 사람,

어느 날 갑자기 아이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되고 그들이 움직이거나 목소리를 들려주면 누군지 인식이 가능하게 된 음악 선생님 등. 이 음악 선생님은 신경과 진료가 끝나고 집에 가려고 모자를 찾는데 아내의 머리를 잡아서 머리에 쓰려고 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로 붙여진 이유입니다. 제목만 봤을 때는 비유적인 표현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문자 그대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이야기가 그려졌습니다.

 

 

 

책을 읽으며 갖가지 기묘한 병마와 싸우며 각자 나름대로의 정체성과 생활을 지키려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한 명 한 명의 인간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서린 올리버 색스의 문장을 읽으며 마음이 따뜻하기도 무겁기도 하였습니다. 저자는 이들을 단순히 기계적인 치료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역사와 개인적인 측면까지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뇌는 하나의 기계이자 컴퓨터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 과정은 단순히 추상적 혹은 기계적인 과정만이 아니라 개인적인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개인적인 것을 배제한다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을 파악하는 능력을 상당 부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기묘한 세상

책에는 신경계 어떤 부분의 과잉 문제로 항상 기분이 좋거나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한 환자들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 환자들은 완전한 치료가 아니라 적당한 수준의 치료를 원합니다. 증상을 완전히 치료하면 이제까지 과잉에 의해 누렸던 생생함과 창의력과 열정을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기묘한 세상과 접하게 된다. 그것은 우리의 통상적인 상식이 뒤집히는 세계이다. 병리 상태가 곧 행복한 상태이며, 정상 상태가 곧 병리 상태일 수도 있는 세계이자, 흥분 상태가 속박인 동시에 해방일 수도 있는 세계, 깨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몽롱하게 취해 있는 상태 속에 진실이 존재하는 세계 말이다."

 

상실되지 않고 남아있는 기능

책에 소개된 내용 중, 인간의 뇌는 한 가지 기능을 잃으면 그를 보상하기 위해 다른 수단들이 그 기능을 보조하기 시작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환자의 결함에 너무 많은 주의를 기울였던 것이다. 그래서 변화하지 않는 상실되지 않고 남아 있는 능력을 거의 간과했다." 저자는 상실되지 않고 남아 있는 기능을 활용해서 상실된 능력을 보상하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형태의 인간 이해를 마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에 소개된 환자들은 그 증상의 정도가 심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많은 환자들의 이야기였지만, 우리들 각자는 아마 비교적 경미한 여러 가지 증상과 손상들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와중에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나만의 균형 상태를 이루기 위해 분투하며 여러 가지 성격을 형성하는 듯합니다. 예를 들면, 지나치게 방어적인 성격이라든지, 지나치게 남에게 맞추는 성격 같은 것. 가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경우에도 어쩌면 뇌의 생김과 손상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홀가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랑하고 돌볼 대상

책에 소개된 환자 중에 도저히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두 번이나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람이 나옵니다. 그는 오랜 기간 치료를 통해서 결국은 어느 정도의 생리학적인 균형과 정신적인 안정을 되찾았는데, 그 주요한 방법은 정원을 가꾸는 것이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사랑하고 돌볼 대상이 필요하고 그것이 인간에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올리버 색스 교수는 이 책 외에도 테드 강연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이 책에 소개된 것처럼 기괴한 현상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주변에 그런 사람을 모른다고 해서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합니다. 각종 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으며, 사람들이 보통 그들이 너무 특이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세상 밖으로 사람들 앞으로 나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나도 모르게 책에 소개된 환자들을 한 개인이 아니라 환자로만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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