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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무라카미 하루키] 독서노트

by iinnffoo 2020. 12. 16.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무라카미 하루키] 

기억을 어딘가에 잘 감추었다고 해도, 깊은 곳에 잘 가라앉혔다 해도, 거기서 비롯한 역사를 지울 수는 없어

 

이 책의 주인공인 다자키쓰쿠루는 영문도 모른 채 친구들에게 버림을 받고 오랜 시간을 괴로워한 뒤 나름대로 극복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 후에 사귄 마음을 나눈 친구도 이유를 알 수 없이 떠나가며 소중한 사람들이 떠나는 경험을 트라우마처럼 안고 있었습니다. 이런 그가 새롭게 사랑하게 된 여인의 조언을 듣고 마음에 남은 해결되지 않는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순례를 떠납니다.

 

다자키쓰쿠루가 겪은 정도의 큰 일은 아니라도 우리 일상에는 가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나를 스치고 지나간 크고 작은 사건들은 때로는 내 사고방식과 인간관계에 영구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 중 자신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아니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어떤 상처와 트라우마가 더 깊어져 이후의 삶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자키쓰쿠루는 순례를 떠남으로써, 알게 된 것, 깨달은 것, 해결된 것, 그리고 더 자세히는 알 수 없으나 어느 정도 마음에서 해결된 것들을 발견하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각자의 마음에 남아있는 상처를 용기 있게 꺼내서 치료하고 돌보고 어루만질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자키쓰쿠루처럼 누군가를 만나서 대화를 하는 방식도 있고 다른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글을 쓰며 풀어내는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글, 문맥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토해내는 듯한 글을 쓰며 마음을 돌보고, 그러고 나면 태워 없애버릴 글 쓰기.

 

본문 중 이 대사 한마디가 이 책 주제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억을 어딘가에 잘 감추었다고 해도, 깊은 곳에 잘 가라앉혔다 해도, 거기서 비롯한 역사를 지울 수는 없어

 

2020.12.16. 류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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