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김완] 독서노트
죽은 자의 집 청소.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은유적인 표현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라는 부제목을 봤을 때 이것이 정말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글쓴이는 죽은 자의 시신이 수습된 후의 집안 또는 극단적으로 쓰레기가 많은 집 등 일반적이지 않은 집을 청소하는 특수청소업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며 보고 겪고 느낀 것들을 덤덤한 문체로 풀어 놓은 책입니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항상 같이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계속 관통합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죽을 운명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우리는 삶과 성공과 빛에 대해서 말하는 데에는 익숙하지만 죽음과 어둠에 대해서 말하는 데에는 그렇게 익숙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너무도 당연한 사실은, 우리 모두는 죽는다는 것입니다. 미래의 모든 일은 확실치 않지만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죽는다는 것입니다. 죽음에 관한 책을 기꺼이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이 책에는 정말 기묘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착화탄에 불을 붙이는 그 순간에도 착실하게 분리수거를 한 사람, 함께 죽음을 택한 부부, 몇천개의 페트병에 오줌을 가득 채워 버리지 않고 집에 둔 사람, 문이 열리지 않을 만큼 쓰레기와 택배 박스를 쌓아두고 쓰레기 더미 위에서 생활 한 사람, 막혀버린 변기에 변기 끝까지 차오르도록 계속 용변을 본 사람, 열 마리의 죽은 고양이와 함께 생활 한 사람... 글쓴이는 이들의 흔적을 깨끗하게 청소하며 그들의 삶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사진, 명함, 일기, 정리 된 옷가지, 책장, 쓰레기, 유족 등. 글쓴이는 각 사건마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덤덤하게 지면에 옮겼는데, 마음에 가장 많이 와 닿은 부분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집에 머무는 며칠 동안 그에 대한 의문을 거듭할수록 깨달은 것이 있다면, 이곳에서 무엇을 보았든 그것은 그저 내 생각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이 집을 치우며 지독한 고독을 보았다면 그것은 결국, 내 관념 속의 해묵은 고독을 다시금 바라본 것이다. 이 죽음에서 고통과 절망을 보았다면, 여태껏 손 놓지 못하고 품어온 내 인생의 고통과 절망을 꺼내 이 지하의 끔찍한 상황에 투사한 것일 뿐이다.”
글쓴이가 마주친 어떤 흔적이 주는 생각들을 조심스러워했다는 점. 이 점이 이 책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것을 보든 내 생각의 반영이라는, 그것만이 진실이라는 이 생각은 글쓴이의 직업에만 진실이 되는 말이 아닐 것입니다. 때로 나도 모르게 얼마나 많은 평가와 판단을 마음 속으로 해왔는지, 그것이 사실은 내 생각의 반영이며 바라봐야 할 것은 나의 내면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숙연해졌습니다.
글쓴이는 자신의 특별한 직업 때문에 때로 진행되는 인터뷰 내용과 관련된 생각들도 들려주었습니다.
“힘들지 않다고는 말하기 힘듭니다.”
“즐겁지 않다고 말하기도 힘듭니다.”
직업의 선택에 대한 현실적인 이유나, 어떤 사명감에 대해서 말하는 것보다 훨씬 솔직하게 들렸습니다. 어떤 직업이 힘들지 않은지, 즐겁지 않은지, 왜 그 직업을 선택했는지 하는 질문들은 주변에 넘칩니다. 그 질문을 저 자신에게 해 보았습니다. 그 답을 여기에 명확히 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저에게 더 또렷해진 생각은 이렇습니다. 직업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직업을 통해 보게 되는 것들, 겪게 되는 일들, 만나게 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되는 기회들이라는 것. 직업이 갖는 사명감보다 그 직업을 통해 얻는 자아에 대한 이해가 어쩌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2020.12.22. 류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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